자작나무

2025년 굿바이!

by 이디뜨

나의 아지트 도서관 창가에 앉아 있다.

집 근처에 신축 도서관이 생겼지만, 나는 조금 더 작고 조용한 이곳에도 자주 오는 편이다.

왼쪽 창밖으로 소박한 언덕의 사계절 변화를 보며 사색할 수 있고, 오른쪽에는 적당히 낡은 책들이 가지런하게 앉아 말없이 기다려 주는 이곳이 참 좋다.


창밖으로 잎이 떨어진 겨울나무와 마른풀들 사이로 하얀 몸체에 검갈색 마디가 다닥다닥한 자작나무 몇 그루가 보인다.

곧고 단단하게 서서 좌우로 가지를 뻗은, 겨울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자작나무들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몸에 난 상처 같은 옹이가 불규칙한 모양으로 나 있는 모습이 사람의 눈을 닮았다.

옹이는 나무의 가지가 몸통 안으로 자라서 생겨나는 부분이다.

때로는 나무가 상처를 치유하며 자기 주변의 조직이 줄기와 합쳐져 살아 있는 옹이로 남기도 한다.

이 옹이는 주변 부분보다 단단하고 밀도가 높아서 독특한 무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자연의 숨결과도 같은 그 특이성 때문에 자작나무는 더 특별하고 어쩐지 예술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삶의 여러 경험과 성찰을 녹여 글을 써내는 이곳 브런치의 작가님들처럼.

저마다 써내시는 글은 다양하지만, 마음속 활활 타오르는 열정과 사색을 자기 안으로 키워가다가 결국에는 생채기처럼 흔적으로 남기는 모습이 이곳 브런치 작가님들을 닮았다.

어쩐지 외롭고 쓸쓸하지만 꼿꼿하고 솔직해서 글로라도 풀어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

내 마음대로 작가님들과 닮았다고 우겨보는, 바람에 맞선 깃대 같은 자작나무에 마음이 아린다.

올 한 해도 사계절을 맞으며 잘 버티셨고, 다채로운 옹이를 만들어 멋지게 서계시느라 모두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이 도서관에 올 때마다 배경처럼 항상 같은 창가 자리에서 책을 보시는 여성분이 계신다.

책을 쌓아두고 보시다가 작업도 하시는 것 같은데, 논문을 쓰시는 건지 혹시 브런치 작가분은 아니실지 궁금했다.

말을 걸어 보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다.

항상 담담한 표정으로 꾸준히 읽고 쓰시는 이분을 닮고 싶다.

올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오늘, 도서관에 앉아 잠시 사색하는 것으로 올해를 마무리하고, 자작나무처럼 살아볼 내년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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