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의 과감함에 남편의 경적이 답했다
봄의 기운이 바람과 빛으로 도로 위에 쏟아지는 주말 낮,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침묵으로 있을 땐 노랫소리만이 차 안을 채우고, 아이들 얘기에 잠시 동지가 되었다가,
어느 한 사람 "여행 가기 좋은 날씨네." 하면, "그러게." 하고 마는, 심심하고도 더없이 편안한 시공간.
우리 부부가 탄 차 안은 대개 이렇다.
'다들 어디로 가는 걸까?'
내 머릿속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갑자기 대각선 앞 차의 요란한 뒤 범퍼가 눈에 들어왔다.
차 번호판 아래쪽에는 검정, 파랑, 빨간색 매직으로 손글씨를 쓴 하얀 종이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오늘은 저의 생일이고,
조수석에 앉은 제 친구는 취뽀를 했어요.
기쁨을 함께해 주실 분은
경적을 울려 주세요(빵빵!).
*취뽀 : '취업 뽀개기'의 줄임말로, '취업 성공'을 뜻한다고 합니다.
일순간 MZ 식 솔직함과 과감함이 부럽기도 흥미롭기도 했던 우리.
"어쩜! 너무 재밌다. 기쁜 날을 맞아 친구랑 여행 가나 봐. 우리도 해주자!"
이내 남편은 세지도 약하지도 않게, 경적을 울렸다.
빵빵!!
그 순간 옆차선 주인공은 나란히 속도를 맞추더니, 차창 밖으로 엄지 척을 날렸다.
빼꼼 열린 창문으로 보니, 운전자와 조수석 친구 모두 활짝 웃고 있었다.
그 순간의 해피바이러스가 옮겨온 것일까?
운전석의 남편도, 조수석에 있던 나도 어느새 치아를 활짝 드러내고 웃었다.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일 때, 온 거리에서 대한민국! 빵빵빵 빵빵이 공감의 신호가 되었던 그때처럼.
호의와 친절은 때로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는 사람이나 불특정 타인에게 더 쉽다.
폰에 연락처가 있어도, 생일축하를 주고받을 만한 사이인지 헷갈려서 고민하다 지나간 시간.
내게 기쁜 소식을 누군가에게 말할 때 기꺼이 진심으로 축하해 줄지 몰라서, 보이지 않는 줄자로 재고 또 재던 너와 나의 거리.
이날 도로에서 만난 두 친구는 이렇게, 불특정 타인에게 재밌게 다가가, 부담 없이 축하받고 기쁨을 누리는 용기 있는 선택을 했다.
이들이 목적지까지 가는 길에 몇 번의 축하 경적을 받았을까?
두 친구는 자축 이벤트의 성공을 기뻐하며 바닷가 횟집에서 짠! 하고 잔이라도 부딪혔을까?
'재밌네.' 하고 그저 피식 웃고 지나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교류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모르는 사람의 생일을 기꺼이 축하하고, 만만치 않은 세상 취업 뽀개기 성공을 축하하는 경적 한방에 나도 행복해지니까.
도로에서 스친 인연에 빵빵! 한 번으로 이렇게 웃을 수 있다니, 이날의 소확행 하나 획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