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테이블에서 콜라와 얼음을 쏟았다
무심함과 배려는 얇은 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평일 오후의 푸드코트에서 일어난 일이다.
우리 자리 옆 테이블에서 콜라와 얼음을 쏟는 소리가 났다.
엄마가 실수로 마주 앉은 딸 쪽으로 콜라를 쏟은 듯했다.
조금 흘린 정도가 아니라 운동화를 적시고 테이블과 바닥도 얼음과 콜라로 흥건했다.
내손에 손바닥 만한 티슈가 한두 장 있었지만,
나서서 도와줄 정도가 아니었다.
옆테이블에 앉은 우리는 민망하지 않게, 어색하지 않게 시선조차 조심했다.
순간 조용히 앉아 있었지만, 마음은 복잡했다.
얼른 식사를 마치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사이 푸드코트 점원이 대걸레와 대량의 키친타월로 난리가 난 탄산바다를 말끔히 정리해 주었다.
자리를 벗어나고 나니 왠지 불편한 마음이었다.
왜일까?
"괜찮으세요?"
정말 바로 옆이었는데, 단 한 마디라도 건넸다면 어땠을까?
푸드코트 특성상 다닥다닥 붙은 자리들
주변에 여러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그들도 나와 같았다.
네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만 호기심 어린 눈으로 다가가서
"이거 쏟았어요?" 물어볼 뿐이었다.
재고 따지는 거 없이 다가가는 순수한 마음이다.
"죄송합니다."
아이엄마가 참견해서 미안하다는 듯 아이손을 낚아채어 자리로 돌아갔다.
그분도 나처럼 그게 배려라고 생각했겠지.
무심함과 배려는 때로는 종이 한 장 차이였다.
조심스럽게 다가가려다 멈춘 마음
도움 되고 싶으면서도 괜히 민망해할까 주저한 마음
예전 같으면 어땠을까.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다가가 닦아주고, 괜찮냐고 물었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쉽게 다가가던 때,
서툴더라도 손을 내미는 것이 당연했던 시절
하지만 지금은 조심스럽다.
배려와 관심이 때로는 선을 넘는 침해로 받아들여지는 시대
괜찮냐는 짧은 말조차
혹시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머뭇거리게 된다.
무심함은 차가운 마음이라기보다,
조심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더 어렵다.
진심을 담은 작은 관심조차 망설여야 하는 요즘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상황을 바라보며 따뜻하게 묻는 한마디,
"괜찮으세요?"
용기 내 볼걸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