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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 겹벚꽃의 추억

여행은 익숙함과 새로움의 변주

by 이디뜨

'우리도 여행 한번 가자!'

단체톡 누군가의 제안에 만장일치 동의.. 13년 만이자 처음이다.

마음이 모아지자, 기차 예매, 숙소예매를 재빨리 끝냈다. 두 달간 각자의 삶을 이어간 네 명의 여자는 서울역에서 한 명, 영등포역에서 두 명, 마지막으로 수원역에서 한 명 차례차례 경주행 ktx에 올랐다.

둘둘 마주 앉아 웃음꽃이 핀 우리, 공공장소이니 평소 수다 데시벨의 10분의 1쯤으로 안부인사를 주고받았다.

기차가 출발하고 약속이나 한 듯 준비한 선물과 간식을 꺼내 인증사진부터 남기는 우리는 합이 잘 맞다.

우리는 13년 전 같은 동네에서 초1 학부형으로 만난 인연이다. 신학기 어색한 첫 모임에서 내가 늦둥이 임밍아웃을 한 후로 포동이라는 태명을 불러주며 출산까지 열 달을 함께 보내고, 강남스타일이 온 운동장에 울려 퍼질 때는 막둥이를 업고 운동회도 함께했다.

지금은 서로 다른 지역에 살면서 일 년에 두어 번 만나지만, 밀도 높게 오간 정 덕분에 가끔 만나도 어제 만난 듯 편안한 사이이다.


관계의 추억은 함께 먹고 보고 느낀 다양한 경험만큼 쌓이는 거지. 여행은 가족끼리도 안 맞으면 원수가 된다는데 과연 어떨까 궁금했다.

첫날은 황리단길을 거닐며 십원빵을 사 먹고 , 동궁과 월지를 산책하며 야경을 배경으로 멋들어진 사진도 남겼다.

달큼한 꽃향기와 풀냄새가 어우러진 야외카페에서는 피맥을 하며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첫날밤이 지나갔다.

불국사 가는 택시

"불국사에는 겹벚꽃이 한창이에요. 경주가 서울 크기의 2.2배예요. 문화재가 곳곳에 산재해 있어 넓이가 체감이 안 되지요? 경주에 볼거리가 많아서 일주일살기도 많이 하는 추세지요."

도심의 복잡함과 달리 역사의 도시 경주는 시간도 느리게 가는 것 같았다.

불국사 아래 겹벚꽃 나무에는 왕겹벚꽃이 아기주먹만 한 크기로 탐스럽게 피어 저마다 인증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우리 여행에 운도 따라줬는지, 마침 웨딩촬영을 마치고 가는 길의 한 사진사님이 꽃사진 훈수를 두시는가 했더니 전문가의 손길로 '사진은 갤럭시폰이죠' 하시며 인생사진도 남겨주셨다.

봄의 끝자락 불국사는 부처님 오시는 날을 앞두고 알록달록한 연등이 따듯한 바람에 날리며 평화로웠다.

'모두 건강하게 해 주세요, 이렇게 마음이 평화로운 순간을 자주 느낄 수 있게 해 주세요'


여행은 익숙함과 새로움의 변주를 볼 수 있는 과정이다.

쇼핑 취향은 어떤지, 잠버릇은 어떤지, 계획형인지 아닌지... 새로이 알 수 있는 상대방의 정보를 입력하고 그동안 쌓아온 정보를 바탕으로 배려가 더해지면 더없이 편안한 '여행메이트가 될 수 있다.

우리의 경주여행은 겹벚꽃과 택시에서 본 느릿한 경주의 풍경, 함께 나누어가진 첨성대 마그넷, 경주특산품 황남빵으로 기억될 것 같다.

수원, 영등포. 서울역 출발때와는 반대 순서로 내리며 '경주 왕벚꽃의 추억' 디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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