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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디 피는 벚꽃도 아름답다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다

by 이디뜨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진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벚꽃연금이라 불리는 봄 대표곡,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 후렴구다. 노래가 먼저인지 벚꽃이 먼저인지 모르게 시각, 청각, 촉각 온 감각을 자극하며 벚꽃철이 왔음을 알린다.


올해는 벚꽃과 눈, 우박, 비를 함께 볼 수 있는 기이한 날씨 속에 봄이 지나가고 있다. 기이한 날씨 탓에 '아름다운 벚꽃 핑크를 올해는 짧게 보고 말겠네!' 했다.

벚꽃이 절정일 때의 모습은 컬러로 표현하자면 딱 핑크색 과 고동색 두 가지다. 단순하고 강렬해서 더 아름다운 색조합, 마치 딸기크림이 얹힌 초콜릿케이크같이 달콤하다.


'오늘은 작정하고 좀 걸어야겠어.'


구석구석 봄이 내린 공원과 길을 걷다 보니 벚꽃나무의 모습이 제각각인 것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아파트 정문 쪽 벚꽃나무는 녹색이 드문드문 섞이고 떨어진 벚꽃 잎 카펫이 길을 만들어 이제 끝물인가 했다. 그런데 후문 쪽 도서관 가는 길에서 마주한 벚꽃은 지금이 절정이다.


갑자기 어디서 데려온 신상 벚꽃이지? 아파트 그늘에 가려져 이제야 , 똑같이 봄바람과 눈비를 거친 기특한 벚꽃나무다.

이렇게 더디 피니까 나처럼 좀 느리고 바지런하지도 않은 사람들도 절정의 벚꽃을 보며 봄을 느낄 수 있다. 매일 오가는 길에 사계절 서있던 이 나무가 이토록 친근하게 느껴질 줄이야!

오늘따라 왜 이리 더디 피는 벚꽃도 고맙고 온전히 봄을 느끼는 오전이라 참 좋다 했다. 그 기운 덕일까? 벚꽃나무 보며 도서관 앉았는데 브런치스토리 작가 신청에 통과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라면을 끓여 먹다가 또는 분리수거를 하다가 이 기쁜 소식을 들었어도 여전히 기뻤겠지만, 괜히 의미 부여하고 싶은 타이밍이었다.

브런치 스토리 작가가 된 건 올해의 내 벚꽃엔딩이다. 봄바람에 흩날리는 더디 피는 벚꽃처럼, 좀 늦었지만 설레고 기특한 브런치스토리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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