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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시옹 Aug 31. 2019

[건축]르 꼬르뷔지에 건축을 직접 본 감상

Fondation Le Corbusier

더 많은 사진은 여기로

근처 건물들 파리에 나름 좋은 동네에 위치해 있다보니 건물이 깔끔하다. 참고로 파리 16구에 위치해 있다.
숲속같은 입구의 마지막에 다다르다 보면 마주치게 되는 그곳

가보고 여태 글로써 기록하지 않다가

이 감상을 시간이 지난 뒤에도 기억할 수 있을까 싶어 기록하기로 했다.

더 많은 사진은 저 링크를 따라가면 된다.

늘 느끼는 거지만 건축잡지를 보면 사진과 도면이 여러 장 있지만

그것들만으로 건물을 느끼기에는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늘 든다.

그래서 다니면서 이곳저곳 다 찍은 사진들까지도 공유 앨범 형태로 올리기로 했다 (고마워요 구글)

잘 찍은 사진들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그런 여러 개의 조각 같은 사진을 보게 되면 건물을 이해하고 체험하는 데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입구로 들어가면 보이는 메인 홀

사실 국내 건축에 워낙 큰 영향을 준 꼬르뷔지에라 너무 한국 같은 느낌 아닐까 했었는데 원작은 확실히 달랐다.

우선 홀 좌우로 왼쪽은 공용공간 오른쪽은 사적 공간으로 프로그램을 나눴는데

사적 공간과 공용공간을 난간의 높이로서 차이를 주었다.

사적 공간의 난간의 높이나 층높이를 미묘하게 더 높게 설계해

공용공간은 잘 보이게 사적 공간은 시선적으로 숨겨지게 만들어놨다.


중앙홀 혹은 현관의 창, 외부의 빛을

중앙홀에 있던 유리에 태양광이 비추면서 빛에 따라 건물 느낌이 달라졌다.

모더니즘 건축 사조에 비판적인 입장이었는데 (아이러니한 건 이걸 볼 당시에는 모더니즘을 좋아했었다)

요즘 건축에 대한 또 다른 여러 가지 분야를 배우다 보니 오히려 모더니즘이 추구한 군더더기를 빼고 가장 핵심적인 형태만 남기는 형식이 끌릴 때가 많다.

요즘 같은 대량 맞춤 생산과 맞춤 소비의 시대에는 건물 말고도 그 안에 너무나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소비된다.

그래서 오히려 건물 자체에 메시지가 담기게 되면 우스워지거나 정신없어지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공용공간 위쪽층에서 바라본 중앙홀, 보다싶이 아래에서는 아예 윗공간이 보이지 않는다
복도의 왼쪽에 있는 한때 갤러리였던 공용공간

이렇게 보면 그냥 잘 만들어진 요즘 건물 같은데

이 건물이 무려 20세기 초반에 지어진 우리나라가 대한제국이었을 시기에 지어졌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가 얼마나 시대를 앞서갔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색깔들도 건물에 딱 맞는 통일감 있는 채도로 구성되어 있어 아늑하고 감싸 안아주는 듯했다.

처음 건물을 보면 건물의 구석구석마다 마감이나 칠, 색의 조화, 재료의 물성에 따른 느낌과 같은 마감처리를 보는데

100여 년 전에 지었지만 군더더기 없이 오래 견디는 것을 보며 철근 콘크리트 방식이 얼마나 혁신적인지 느낌과 동시에 잘 지은 건물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철근 콘크리트는 사실 굉장히 견고하고 오래 버티며 경제적인 구조로 각광받았다.

그 사실은 변함없지만 국내에 들어오며 빠르게 짓고 완성해야 하는 흐름에 동참하면서 철근 콘크리크 건물은 별로다라는 인식을 만들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잘 지어진 건물을 보면 그 어떤 재료보다도 순수하고 견고하며 드라마틱하면서도 경제적인 재료를 찾을 수 있을까 싶다.

사실 콘크리트의 경우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 아닌 흙이나 돌과 같은 것들을 화학물질에 섞어서 만든다는 점에서 이질감이 덜하다고 생각된다.

국내에서는 민우식 씨가 이끄는 민 워크숍의 건축물이 이런 인상적인 철근 콘크리트 구조를 본질적으로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잘 지어졌냐 와 재료가 어떻냐를 구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 어떤 재료라도 그 재료를 이해하고 그 재료 맞는 처리를 잘하면 이상하거나 난잡해 보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20세기 초반에 만들어진 창틀이라고 믿기는가?
20세기 초의 디자인이지만 지금 내놓아도 혁신적으로 보일 듯 하다.
인공광의 활용이 제한되던 시절 자연광을 여러 창을 통해 극적인 연출을 하려는 했는데 요즘같이 인공광을 생각없이 남발하는 시대에 다시 생각해볼 만 한 듯 하다.

저 창틀에 대해 얘기하자고 하면

사실 저 창틀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복도식 건물의 경우 양옆이 막혀있어 통풍적인 측면에서 최악 인다.

창이 저렇게 중간에서 열릴 경우 외부의 바람이 안으로 직접적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된다.

디자인도 디자인인데 아직까지도 무리 없이 잘 열리고 닫히는 창틀을 보며 또 그게 20세기 초반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복도등도 저렇게 두니 훨씬 시각적으로 깔끔하고 좋아 보였다.

개인적으로 국내에서는 무조건 방 중앙에 튀어나오게 하는 등 설계가 기본으로 되어있어

방이라는 공간을 느끼는데 방해될 때가 있다.

또 중앙에서 인공광을 생각 없이 직접적으로 받으니 방을 어떻게 꾸며도 참 못나보였다.

저렇게 간접적으로 비추는 간접등이 그래서 더 반가웠고 100년 전에 것이라고 하니 더 놀라웠다.


마지막에 그냥 아늑해 보여 찍은 창틀인데 구조적으로 단순하지만 깔끔하게 디자인해 시대를 느낄 수 없었다.

또 거기서 비치는 자연광 또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모더니즘 건축을 추구하는 건축가들은 빛의 마술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원래는 그렇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요즘은 자연과 빛이 어우러지는 모더니즘 건축물들을 보면 오히려 시대를 안 타고 오래가는 것 같다.


바닥의 타일처리도 참 깔끔하고 색상조화도 잘되고 건물에 어울려 인상적이었다. 건축의 사조와 상관없이 잘 지은 건물의 가치를 느끼게 된다.
중앙홀에서 바라본 좌측의 위층, 위쪽층의 경우 사적 프로그램이 들어서게 되는데 그에따른 시선처리가 돋보이는 듯 하다.
주변의 나무나 담장들이 방해가 되기는 커녕 건물과 어우러져 모더니스트적인 건물에 개성을 부여해준다
이 건물이 생길 당시 저런 벨 에포크적인 건물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런 파리 사람들에게는 이 군더더니 혹은 아무 장식이 없는 건물은 상당히 충격적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여러 가지로 인상적이고 좋았던 건물이었다.

마지막으로 나오면서 보이는 정원

여기서 간접적으로 건물의 구조가 드러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이 필로티를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개인적으로 다세대주택을 조금 더 많은 세대 수용이 가능하도록 한 뒤 지하주차장을 따로 만들고

1층 필로티에는 이렇게 세대 주민을 위한 놀이터, 정원 혹은 필요한 휴게시설을 두는 게 어떨까란 생각이 든다; 아니면 로컬푸드 소비를 촉진해줄 일일장터가 열리는 것도 좋은 생각인 듯하다.

자동차의 메커니즘은 사람의 메커니즘과 큰 괴리가 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자동차와 사람의 동선이 겹치는 곳을 보면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다. 이제는 시대가 시대인 만큼 차는 지하로 사람은 지상으로 보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퐁다시옹 르 꼬르뷔지에는 사실 아는 사람 아니면 잘 안 가는 곳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도슨트도 영어로도 해주니 가보면 충분한 그 이상의 가치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 바로 가지 말고 파리의 마헤 거리 센 강 주변의 여러 건물들과 사이사이의 갤러리를 보면서 파리의 기본적인 풍경이 되는 건물들을 눈에 익힌 뒤에 여기를 가면 그 충격이 더 인상 깊게 남으리라 생각된다.

이를 통해 르 꼬르뷔지에가 처음 등장했을 때 당대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어떻게 생각했을지 유추해 볼 수 있다.

또 그 주변의 파리 16구 경우 부촌이 많아 거기 건물도 같이 구경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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