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한 세상에서 그 정도의 모순 정도야 눈감아주자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필수적으로 하루에 한 번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것은 바로 ‘오늘 점심 뭐 먹지?’라는 고민이다. 하지만 꼭 직장인이 아니어도 현생 인류는 아침, 점심, 저녁 3번에 걸쳐서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된다.
하지만 “뭐 먹지?”에 대한 고민이 ‘단순하고도 행복한 고민’으로 그치지 않는 이유는, 우리의 메뉴 선택이 항상 100% 자유스러운 선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포만감과 만족감 같은 자기만족만을 기준으로 선택을 하려면 행복하겠지만, 현대인은 항상 ‘먹는 만큼 찐다’라는 명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고민은 항상 깊을 수밖에 없다.
진화 심리학자들이 말하기를 “우리의 뇌는 언제나 Danger(단거)를 좋아하게 설계되어 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이 ‘단 것’들이 위험하다는 모순적인 사실은 인지적으로 학습하고 있는 저주받은 존재들이다. 이것이 바로 현생 인류가 가지게 된 숙명적인 숙제이다. 우리는 매일매일 이 숙제를 풀어야 하고 말이다.
얼마 전에, <배달앱에서 가장 많이 검색되고 있는 단어>라는 제목의 글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배달앱에서 새벽 1시에 실시간으로 검색이 가장 많이 되는 단어는 바로 “다이어트”라는 단어였다. 야식을 주문하기 위해 배달앱을 킨 수많은 사람들은 동시에 다이어트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 되었다.
하지만 다이어트가 걱정된다고 야식으로 샐러드를 시키는 일은 하수나 하는 일이다. 조금 더 야식에 익숙한 다이어터 라면 먹으면서도 고단백만을 섭취할 수 있는 회 카테고리를 고를 수 있다. ‘맛있게 먹는 치킨은 0칼로리’라는 말이 거짓말이란 것을 알고 있지만, 회는 무엇보다 믿을 수 있는 우리의 선택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어트가 되지 않는 이유는 단지 우리가 회에 딸려오는 스끼다시를 먹지 않고는 넘어가지 못할 뿐이다.
점심시간에도 욕망과 실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어 하는 우리의 욕망이 그대로 반영된다. 그 욕망의 끝은 바로 ‘빅맥 세트를 시키면서, 옵션으로 다이어트 제로 콜라를 시키는 우리의 모습이다. 물론, 항상 다이어트 콜라를 먹을 때마다 뭔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야 없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우리는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서 제로 콜라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빅맥을 먹는다는 죄책감을 완화시키기 위한 중화제가 필요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아스파탐의 위화감 따위는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다.
“돼지 같인 빅맥을 시켜 먹으면서, 다이어트 콜라를 먹는 너의 모순된 모습을 보니 아가리 다이어터가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을 여기서 알 수 있네”와 같은 비난을 쉽게 하지 말자.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욕망과 실리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잡지 못할지라도,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도 빅맥과 일반 콜라와 라지 프라이 세트를 시키면서도 전혀 우리의 몸매를 걱정하지 않는 미래의 상황, 즉 우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이러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꿈을 짓밟지 말아 달라. 그렇게 우리는 오늘도 빅맥과 콜라를 거침없는 먹을 수 있는 순간을 위하여, 우리는 다이어트 콜라를 마신다.
실컷 탄수화물을 먹고, 나캇타 코토니(‘없었던 일로’라는 뜻의 일본어로, 가르시아가 포함된 다이어트 보조제의 이름)를 먹고 ‘없었던 일’이 되길 바라는 또 다른 우리의 모습도, 실상은 아예 없었던 일이 될 거라고 거짓된 믿음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단지, 대한민국의 건강보조에 관련 법률에 의거한 합법적인 작용기제를 활용하면서, 저탄고지라는 황금률을 이루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이해하길 바란다.
그리고 너무 이해를 바랄 필요도 없다. 사실 사람들이 아닌 척을 해도 다 이러고 사는 중이다. 우리는 인생의 대부분을 지난 일에 대한 후회와 어젯밤에 먹은 야식에 대한 후회로 대부분의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에다. 그리고 너무 좌절하고 있을 필요도 없다. 시간은 우리 편에 서있기 때문이다. 비록 이번 여름의 비키니는 날아갔지만 우리에게는 내년이 있고, 그다음 해도 기다리고 있다.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리고 우리는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인생이 기본 목표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하자, 그러한 의미에서 검색창에 <그냥 사람답게 잘 사는 체중>을 치는 것을 추천한다.
거기에는 여성과 남성의 키의 순서에 따라, 우리의 자존감을 높여줄 수치가 적혀있다. 보자 보자 키가 176cm에 84.6kg면 사람답게 잘 사는 체중이라고.. 그래 그래.. (※물론 이것은 과학에 근거한 내용이 아니라, 한 가죽공방 사이트에서 재미로 만든 짤이고, 정보 하단에는 ‘남이 정해준 표준이 뭐 큰 의미가 있겠습니까. 옷빨은 자신감, + 밥은 먹고 다니냐’라고 적혀있지만 이런 것들은 전혀 개의치 말자)
아 나는 넘어버렸는데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