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이 넘으니 안 먹던 국밥이 그리워졌다
더럽고 혼란스러운 도시에 살고 있는 한 남자. 그는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홀로 모시고, 본인도 지병을 앓고 있지만 힘차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았고, 그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의 꽃인 광고계에 일하고 있는 그는 옥외 광고판을 들고 분장을 하고 춤을 추는 노력을 하지만, 동네의 10대 양치들에게 마구잡이 구타를 당하고 소매치기를 당하기 일쑤다.
그는 발작을 치료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심리상담사와의 상담도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코미디계의 왕을 열망하는 본인의 꿈을 잊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꿈은 산산이 부서지고, 하던 일터에서 마저도 해고를 당한다. 그는 불가항적인 상황에서 저항을 하다가 사람을 죽이게 되고, 지금까지 꿨던 꿈도 모두 자신의 환상임을 알게 된 주인공은 결국, 악의 화신으로 변모하게 된다.
이것은 영화 <조커>의 대략적인 줄거리다. 이 역에서 조커(아서 플렉) 역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는 일생일대의 연기를 토대도 2020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영화제의 상을 독식한다.
하지만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멋졌지만, 극 중 조커의 상황에 대해서는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공감은 보이기도 했다. 그 대체적인 이유는 한국인들은 다 그 정도는 고난을 겪고 살기 때문에 어찌 보면 별거 아니라는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논리는 바로 ‘조커 국밥론’인데, 아서 플렉도 한국의 뜨끈한 K-국밥 한 그릇 이면 헝클어진 마음도 사르르 녹아서 조커라는 악당이 되지 않을 수 있었다는 논리다.
“조커 자기연민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한국 와서 누구나 다 그렇게 살아, 다 힘든데 참고 사는 거다. 같은 명언 폭격 들은 후에 공무원 시험 준비하고 그러다 지치면 힘들어도 괜찮아로 힐링하고 인형 뽑기도 소확행 챙긴 다음에 국밥 한 그릇 뚝딱하면 맘도 몸도 바로 따뜻해질 듯”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만 웃어넘길 개그일 수 있지만, 우리들 대부분이 아서처럼 극단적이지 않더라도 대부분이 일상의 고통에서 하루하루 착하게 살면서 높은 계단을 오르고 있다는 것만은 어렵지 않게 동의할 수 있다. 힘겨운 일상을 지나면서도 집 앞 편의점에서 산 4개에 만 원을 하는 수제맥주로 하루의 고단함을 넘기거나, 기타 소확행에 해당하는 행위로 우리의 고난을 지웠던 것이 우리에게 일상이 된 지도 너무 오래이다.
그중에서 K-국밥이야 말로 든든함의 상징이자,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적격이 아니겠는가.
특히, 콩나물 국밥을 좋아하는 나, 이 국밥이라는 존재가 ‘혼밥을 하기 싫어하는 나’에게 길거리 혼밥을 하게 만드는 몇 안 되는 존재 중에 하나인데, 국밥 집에서 그런 이유에서인지 유난히 혼밥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가끔은 그중에서 분노에 쌓여있는 한국의 조커들은 만날 수 있다. 그분들에게는 공통적으로 국밥과 소주가 함께 곁들여 있는데, 이 국밥과 소주가 우리 사회를 지탱시켜 주는 최후의 방어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나는 소주를 좋아하지 않기에 반주를 곁들이는 것을 상상도 해본 적이 없지만 말이다.
언젠가 유퀴즈온더블럭에 출연한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가장 힘든 부분에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술 취하신 분 대처가 가장 힘들다 ‘면서 소주라는 존재에 대하여 그것은 단지 희석 주를 가져다가 술이라고 먹고 있지만 사실은 화학약품이 아니냐고 핑하며 알코올에 감미료를 탄 걸 먹고 있는 것. 몸에 안 좋은 걸 알면서도 사회가 용인하고 부추기는 문화는 언젠가 바뀌어야 한다”고 소신을 밝힌 적이 있다.
물론, 우리 사회에 술, 특히 소주가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맞지만, 애환의 최전선을 방어하고 있는 그 존재를 위해 1병까지는 용인해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가져본다. 물론 난 이제 소주 한 병도 견딜 수 없는 몸이 되었지만 말이다 ㅎㅎ
….그런데 음식점에서 1병 넘게는 못 팔게 만들면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