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이어 매거진 Vol.1 | Ep.1
갭이어 기간의 가장 큰 장점이자, 동시에 가장 큰 단점은 내가 무소속이 된다는 것.
프로젝트 데드라인이나 강의 시간, 출퇴근 시간에 속박되지 않아 자유로우나, 동시에 내가 책임을 다해야 할 의무가 지워진다. 더 이상 남이 아니라 나 스스로 동기를 부여해줘야 하는데, 인간의 의지는 꽤 나약하다.
이럴 때는 좋은 팀을 꾸리거나, 나와 비슷한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가면 된다.
같은 학교라서, 같은 직장이어서 만나는 인연은 따지고 보면 온전히 내 선택은 아니니,
갭이어는 내가 소속될 팀을 직접 고를 수 있는 즐거운 기회다.
그러나 그 팀을 찾아 소속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팀에서 내가 맡아야 할 역할은 무엇인지 의식하고, 팀원들과 충분히 대화하여 기대치를 맞추는 것이 필수인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사람들이 모인 팀이어도 그 부분이 이뤄지지 않으면 길을 잃거나 와해될 수 있다. 이번에 함께하는 얼리 스테이지 스타트업 팀과의 일화에서 이 부분을 크게 깨달았다.
3월 28일, 새롭게 기획한 UX 화면을 공유하기 위해 처음으로 내가 먼저 추가 회의를 열었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몇 주가 지난 시점이었다. 사실 이 팀에 대해 내가 잘못 생각한 부분이 있다. 내가 이번 서비스를 기획한 PO 지만, 이끄는 입장이 아니라 따라가고, 어쩌면 눈치 보는 입장에서 팀을 대했다. 나이로는 제일 막내에 뒤늦게 합류한 터라 더욱 소극적으로 군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아무도 그렇게 하라고 한 적이 없는데.
내가 새로 합류하자마자 차기 프로젝트로 내 아이템이 선정되었는데, 따라가고 묻어가려고 하는 게 아니라 아이템의 오너인 만큼 더욱 적극적이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팀의 리더 역할을 하셨던 분은 그 역할이 사실 부담스럽고 안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다른 팀원들은 현 프로젝트의 아이템보다 더 마음이 가는 일들이 따로 있었다. 팀원들의 기대치와 목적을 일치시키기 위해 주기적인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크게 깨닫게 되었다.
소속감을 원동력 삼을 수 있는 '팀'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 공동체가 잘 굴러가도록 하기 위한 고민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일을 잘 해내는 것과 사람의 감정과 기분을 지키는 것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떤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할까? 나는 후자가 아직까지 더 중요한 사람이지만, 일의 '효율'만을 생각한다면 전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둘 다 챙기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서로 다른 기대치와 목적을 가지고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그룹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쏟는 노력의 총량이 각기 달라져버리는 것 같다. 처음부터 기대치와 목적이 일치하는 팀원들만 만나기는 어렵지 않을까? 이를 맞춰나갈 수 있는, 내가 모르는 방법이 있을까? 기대치를 일치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대화가 필요할까?
연고 없는 부산에 이사 온 지도 벌써 9개월째입니다. 부산의 한 앱 개발/기획 해커톤에 참여하러 왔다가, 장기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팀을 만나 냅다 이사를 결정했어요. 영어 강사 일을 구해 월세와 도전 비용을 지불하기로 하고 첫 자취를 시작했습니다.
사업은 죽어도 싫었던 내가 스타트업 씬이라니. 새로운 도전에 대한 부푼 기대를 안고 왔지만, '팀'과 함께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기대만큼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팀을 만나기까지 두 개의 팀과 두 번의 해체를 겪었어요. 배경, 상황, 타이밍, 기대치 등 많은 것들이 제각각인 팀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수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몸소 느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갭이어에는 내가 원할 때 마음이 맞지 않은 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귀찮을 수는 있겠지만 내가 소속될 팀과 팀원을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지금이, '팀'에 대한 여러 고민들과 부딪혀보기 가장 좋은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에디터 지와이 | 갭이어 매거진 Vol.1 | Ep.1
5월 7일,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