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의 공간들② ] 물류창고의 역할, 좋은 물류창고 선택 기준
여러 공간 중에 하필 물류창고(도서 전문 물류사)를 맨 처음 언급하는 이유는 출판사, 특히 소규모 출판사가 사무실보다 먼저 확보해야 할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류창고의 기본 역할은 보관이다. 출판사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 중에는 일단 책부터 만들면 되는 줄 알고 편집부터 시작했다가, 인쇄소에 발주할 때가 돼서야 “완성된 책은 어디로 보낼까요?”라는 말에 ‘멘붕’이 오는 경우가 있다. 혹은 집이나 사무실 구석에 쌓아 두면 되겠지 하고 배송받았다가 생각보다 엄청난 부피와 무게에 식겁하기도 한다.
요즘은 한 쇄를 찍는 부수가 500부 정도로 줄었다지만, 그마저도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게다가 출판 종수가 늘어나면 도서의 양도 많아지게 마련. 결국은 별도의 창고가 필요해진다. 부지런히 팔아서 빨리 재고를 소진하면 되지 않느냐고? 뭐, 나도 그러고 싶다, 정말로.
물류창고의 더 중요한 역할은 배송이다. 출판사는 날마다 서점에서 들어오는 주문대로 책을 보내야 한다. A서점에 두 권, B서점에 네 권, C서점에 한 권…. 이것을 직접 포장해서 택배로 보내는 것도 가능은 하다. 하지만 들어가는 수고는 상상 이상. 게다가 판매하는 책이 한 종이면 모를까 여러 종이면 아주 난리가 난다. A서점에 보낼 1번책 세 권과 2번책 한 권과 3번책 한 권을 포장하고, 다시 B서점에 보낼 2번책 두 권과 3번 책 한 권을 포장하고, 다시 C서점에….
이쯤 되면 슬슬 깨닫게 된다. 거래하는 서점 수와 출간종수를 곱하면 나의 스트레스 지수가 산출된다는 걸. 게다가 한 달에 한 번씩 서점에서 들어오는 반품까지 처리해야 한다면?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겠다. 차라리 물류에 돈을 더 쓰고, 편집과 마케팅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게 현명하다.
물류창고는 출판사가 SCM(Suppy Chain Management) 프로그램에 입력한 데이터에 따라 그날그날 알아서 책을 보내준다. 반품도 별도로 관리해주고, 어느 서점에 몇 부가 나갔는지 확인하기도 쉽다. 게다가 도서 전문 물류사들은 대형서점에 입고하는 배송망을 공동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비용 면에서도 저렴할 수 있다.
큰 출판사는 독자적으로 창고를 보유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외주계약을 맺는다. 물류사를 선정할 때 봐야 할 것은 첫째로 비용, 둘째로 도서의 보관 상태다. 책은 햇빛을 받으면 표지가 파랗게 변하고, 습도가 높으면 곰팡이가 생긴다. 그러므로 계약 전 창고를 직접 방문해보고, 계약 후에도 가끔 들러 체크하는 게 좋다. 비록 대부분의 물류사가 저 멀리 파주의 끝자락, 거의 휴전선 근처에 있긴 하지만.
일반택배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은근히 중요하다. 서평단이나 인플루언서들에게 책을 보내는 경우, 별도의 택배비를 받더라도 물류사가 직접 포장과 배송을 해준다면 시간과 노동력을 아낄 수 있다.
또한 반품도서를 얼마나 잘 재생해주는지도 체크하자. 사소한 흠 때문에 반품된 책은 간단한 공정을 거쳐 다시 판매할 수 있는데, 물류사에서 이 공정을 잘 해줄수록 출판사는 이득이다.
① 들어가기
② 보관·배송을 위한 공간 '물류창고'
③ 제작을 위한 공간 '인쇄소'
④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은 '사무실'
⑤ 독자를 만나는 공간 '서점과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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