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값 아까워서 먹던 대파 뿌리 심은 이야기
오늘은 쉬어가는 차원에서 연재글 대신
잠깐 단 얘기를 해볼까요.
최근 입양(?)한 저의 반려대파 이야기입니다.
시골에 이사온 후로는 채소를 잘 사먹지 않습니다.
손바닥만 한 텃밭이지만 이것저것 심어서
그때그때 대충 뜯어먹을 수가 있거든요.
하지만 겨울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요.
겨울에는 채소가 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마트에서 비닐하우스 재배 채소를 사야 합니다.
난방비도 그렇고, 시골의 겨울은 이래저래
돈이 많이 드는 계절이에요.
겨울만 아니면 텃밭에 심어두고 먹는
아주 중요한 채소가 바로 대파입니다.
국물 요리에는 웬만하면 들어가니까요.
대파는 밭에서도 월동이 된다고 하지만,
그것도 월동 가능한 품종을 제때 심어야지
저처럼 어영부영 가을을 넘기고 나면
다~ 소용 없습니다.
아깝지만, 그냥 돈 주고 사먹어야지요.
그런데 최근에 유튜브 알고리즘에서
대파를 심으면 2~3년은 충분히 먹는다는
솔깃한 이야기를 봤어요.
대파를 심어 먹는다는 건 진작 알고 있었지만
윗부분을 잘라먹는 것만 알았지,
겨울이 지나고 꽃대가 돋은 후에는
포기나눔 번식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대파 무한복사? 오~ 솔깃합니다.
때마침 며칠 전에 사다 놓은 대파도 한 단 있으니
화분에 심어놓고 실내에서 잘 키워볼까 합니다.
이름하여 '반려대파' 프로젝트.
그냥 키워서 잘라먹는 걸 떠나서
포기나눔으로 번식까지 시켜보는 게 목표.
비록 한겨울이지만... 뭐 어때요.
어차피 실내에서 키울 건데.
남은 대파들을 꺼내봅니다.
몇 대는 다 먹고 뿌리는 버렸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뿌리는 남길 걸.. 왠지 아깝네요.
뿌리를 손가락 길이만큼 잘라냅니다.
잔뿌리는 정리하라고 하던데,
딱히 정리하지 않아도 될 만큼 짧으니 패스.
남은 대파는 잘 씻어서 냉장고에...
대파들이 자랄 때까지 앞으로 몇 단 정도는
계속 사다가 먹어야겠지요.
겨울을 맞아서 다 얼어죽은 꽃화분 하나를
대파 화분으로 활용하기로 합니다.
아무래도 채소는 길쭉한 화분이죠.
아니 근데... 흙이 다 얼었군요.
하긴, 지금 한겨울이지...
도저히 흙을 녹일 수는 없겠다 싶네요.
얼어붙은 흙은 텃밭에 쏟고,
다른 화분의 흙을 이용하기로 합니다.
네.. 어차피 사망한 화분들이 많거든요...
쏟아놓고 보니 흙이 거의 콘크리트 벽돌.
한겨울에 이게 잘하는 짓인가 잠시 현타가 옵니다.
죽어나간 화분들을 모아봅니다.
미안하다 얘들아..
너희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을게.
화분의 흙을 쏟아보니, 음.. 왜 죽었는지 알겠네요..
뒷산에서 퍼온 흙이라 상태가 많이 안 좋습니다.
배양토를 사다가 섞어줘야 할 것 같긴 한데...
귀찮습니다. 그냥 심고, 나중에 비료를 주기로.
빈 화분 바닥에 흙이 새지 않게 망을 깔고
기존의 흙을 채워봅니다.
이런, 흙이 많이 모자라군요.
일단 되는 대로 심고 나중에 북돋기로 합니다.
앞서 화분들이 왜 저 모양으로 죽었는지 알겠네요.
메타인지가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미안.. 다시 한 번 사과한다..
어쨌든 심었습니다.
파 다섯 자루에 화분 크기가 딱 맞는 듯.
흙이 너무 영양가가 없어서,
물에 액체비료를 섞어주기로 합니다.
원래 땅에 꽂아주는 건데, 농도가 연해서
물에 타서 줘도 괜찮더라고요.
영양제 한 병에 물 한 통. 졸졸졸. 듬뿍.
이렇게 일단 심었습니다.
읍내(?) 나갈 때 꼭 배양토 한 봉지 사다가
위에 북을 돋아줘야겠습니다.
그나마 햇빛이 제일 잘 드는 장소에 놔둡니다.
저희 집은 창이 많아서 전체적으로 빛이 잘 들지만
화분을 놓기에 적당한 장소는 저기뿐이네요.
창가라서 추우려나 걱정이 좀 되긴 하는데,
어쩌겠어요. 못 견디면 니들 팔자다.
겨울이라 물이 잘 증발되지 않아서
흙에 곰팡이가 피지 않을까 좀 걱정이 되긴 합니다.
날씨 괜찮을 때 햇빛을 좀 쬐어주면 좋은데,
하필 심고 나서 요 며칠 동안 계속 춥네요.
계속 상태를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귀여운 나의 반려대파들, 쑥쑥 자라렴.
그래서 나의 어묵탕이 되어주고,
북어국과 떡볶이와 육개장이 되어주렴.
믿는다, 우리 대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