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에서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은 ‘사무실’

[출판사의 공간들④] 편집자에게 좋은 사무공간이 꼭 필요할까

by 임효진

솔직히 말하면 출판사에, 특히 소규모 출판사에 ‘번듯한 사무실’이 굳이 필요할까. 특히 편집자는 노트북 한 대만 있으면 카페나 도서관, 하다 못해 주방 식탁에서도 일할 수 있는 직업 아닌가?


적어도 나는 그랬다. 퇴사 후 1인 출판사를 창업했을 때 모든 작업은 원룸 한구석 작은 책상에서 컴퓨터 한 대로 해결했다. 저자를 만날 때는 카페에서 약속을 잡았고, 마케팅과 디자인은 외주를 주었으며, 경영관리는 세무사와 주고받는 이메일이면 충분했다. 아무 문제 없었다. 유일한 단점은 일어나면 출근, 누우면 퇴근이라는 것 정도.


나중에 직원들(정확히는 파트너들)을 들였을 때도 꽤 오랫동안 사무실이 없었다. 모두가 재택근무를 했고, 소통은 단톡방에서 했다. 2주에 한 번은 모여서 전체회의를 했는데, 이왕이면 직원들이 가보고 싶어 하는 ‘핫플’에서 만나 회식까지 겸했다. 역시나 아무 문제 없었다. 심지어 한 명은 대전에 살고 있었는데도.


나중에 규모가 좀 더 커졌을 때는 사무실을 얻었지만, 출근은 경영지원 담당자와 신입편집자와 나만 했고 나머지는 재택근무를 유지했다. 연차나 외근은 별도로 계산하지도, 결제를 받지도 않았다. 구두로 “내일 이러저러한 일이 있어서 쉬겠습니다”라고 보고하면 충분했다.


편집팀과 마케팅팀은 어차피 출간 스케줄에 따라야 하고, 경영지원팀은 매달 하는 업무가 정해져 있다. 맡은 일만 밀리지 않으면 굳이 사무실에 붙어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솔직히, 사장인 나부터가 외근이 많아서 사무실에 앉아있을 시간이 별로 없었다.


물론 모든 출판사가 이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규모가 큰 곳은 출퇴근 체계가 명확해야 하니 편집팀, 마케팅팀, 경영지원팀, 디자인팀 등 부서별 공간이 필요할 것이고, 회의나 손님맞이나 직원 휴식을 위한 공간도 필요하다. 우리처럼 점조직 운영이 효율적인 곳도 있지만,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곳도 있다. 정답은 없다. 다만 사무실이라는 공간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는 뜻이다.


글을 다루는 일을 해서 그런지 출판계 사람들은 유난히 ‘감성적 업무공간’에 대한 로망이 큰 것 같다. 최근 출판사를 차려서 화제가 된 배우 박정민 씨의 사무실은 스튜디오처럼 널찍하고 밝은 채광,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책과 피규어, 근사한 가구와 소품으로 관심을 모았다.


솔직히 부러웠다. 역시 연예인은 팔자도 좋구나 하며 삐뚤어지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책들이 사랑받는다면 그 이유가 결코 멋진 사무공간 덕분은 아닐 것이다. 배우로서의 인지도는 그렇다 치고(출판사 사장이 마케팅에 가진 걸 전부 활용하는 건 당연하니까), 훌륭한 콘텐츠와 출판에 대한 진심 없이 만든 책은 어차피 안 팔린다.


게다가 생각해보면 굳이 소유하지 않아도 그런 공간을 누릴 방법은 많다. 어차피 마셔야 하는 커피,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일하면 되는 거 아닌가. 고작 커피 한 잔 값에 감성충만한 작업공간을 사용할 수 있으니 얼마나 이익인가. 자신 있게 말하지만, 우리가 만드는 책이란 물건은 콘텐츠 산업의 정수(精髓)다. 출퇴근과 소유욕 따위에 얽매이지 않는 ‘힙’한 업무방식이 어울리는 분야다.




연재순서

① 들어가기

② 보관·배송을 위한 공간 '물류창고'

③ 제작을 위한 공간 '인쇄소'

④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은 '사무실'

⑤ 독자를 만나는 공간 '서점과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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