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아끼면 콘텐츠가 보인다

나는 쓸거리가 없다는 사람들에게 ③

by 임효진

그리고 이 말은 꼭 해야겠습니다. “나는 쓸거리가 없다”라고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절대, 절대로, 여러분의 인생을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당신의 인생은 지금도 충분히 흥미롭습니다.


쓸거리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너무 별 볼 일 없이 살고 있다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주기도 부끄럽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른들이 말씀하시듯이, 사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랍니다. 아이돌은 겨드랑이에 땀도 안 나고 방귀도 안 뀌나요? 재벌가 사람들은 삼시세끼 파인 다이닝으로 차려먹나요? 다 똑같습니다. S전자 회장님도 컵라면 좋아하고, 대통령도 요거트 뚜껑 핥아 먹습니다.



제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남들 눈에는 꽤 그럴듯하게 사는 것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1인 출판사로 시작해서 베스트셀러도 꽤 만들고, 회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긴 후 양평에 전원주택을 사고, 텃밭을 가꾸고 프리랜서 편집자로 살아가는 미혼 여성. 실제로 “멋지게 사시네요”라는 말도 종종 듣고 말이지요.


그런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좀 다릅니다. 어찌저찌 힘들게 출판사를 운영하다가 잘못된 선택으로 결국 정리하고, 후배가 도와준 덕에 회사를 넘기고 그 밑에서 월급 받는 신세가 됐죠. 양평의 전원주택은 전부 대출로 산 거라서 원리금 갚느라 책 만드는 일 외에도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주체적인 미혼 여성? 그냥 나이 마흔이 넘도록 시집을 못 간 것뿐입니다.


그렇게까지 스스로를 비하할 필요가 있냐고요? 에이~ 실제보다 깎아내리는 게 비하지, 저는 그냥 자기객관화를 잘 하는 것뿐입니다. 허덕허덕 쪼들리며 살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편법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오히려 주어진 선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스스로의 인생을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지요.


그런데 사실 저도 이런 이야기를 남들 앞에서 꺼내기 시작한 게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습니다. 가만히 입 다물고 있으면 사람들이 그럭저럭 멋진 이미지로 저를 봐주는 게 나름 좋았거든요. 그래서 아무리 똥줄이 타들어가는 상황이라도 남들 앞에서는 모든 게 다 잘 돌아가는 척을 하고 지냈습니다. 하지만 그거, 정신건강에 별로 안 좋더라고요.


제가 스스로 비하하는 것처럼 느끼셨다면, 혹시 당신의 마음이 투영된 건 아닐까요. 사람은 누구나 솔직하게 드러내는 걸 두렵고 부끄러워 하니까 저도 그러지 말았으면 하는 안쓰러움을 가지는 겁니다. 심성이 고운 분이시네요. 고맙습니다.


물론 저는 심리전문가가 아니니까 그냥 한 귀로 흘리셔도 됩니다.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한 이유는, 스스로를 솔직하게 바라보고 인정해야 결국 나만의 관점과 취향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큰 덩치에 안 어울린다고 할까봐 안 입었지만, 나는 사실 꽃무늬 옷을 좋아해.”

“남들한테 말하지는 못했지만, 사실 나는 야한 소설을 좋아해. 솔직한 감정이 좋거든.”

“나는 사실 〇〇씨가 너무 싫어. 그래도 나쁜 사람이 되기 싫어서 참아주고 있을 뿐이야.”


이렇게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때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표현하지 않는 이상 남들이 먼저 나의 가치를 알아봐주지는 못하지요. 남들에게 말하기 부끄럽다면 최소한 자기 자신에게만 솔직해져 봅시다. 그것이 곧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이자, 당신만의 개성이며, 남다른 콘텐츠의 탄생이 될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저는 쓸거리가 없어요"라는 말 절대 금지. "제가 딱히 할 줄 아는 게 없어서요"라는 말도 금지. 그렇게 말하는 대신 자신의 마음에 좀 더 귀를 기울여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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