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요가일기

하와이 해변에서 요가라니!

5, 6주 차 몸 사용기

by 김현임

요가 스튜디오를 벗어나 다른 장소에서 경험하는 요가는 처음이었다. 그것도 하와이에서.

일 년을 손꼽아 기다렸던 연말의 하와이 여행.

그렇게 간절히 고대했던 것 치고 여행 계획은 아무것도(정말 아무것도) 세우지 않았지만 단 하나, 해변에서의 ‘선셋 요가’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경험하고 오리라 마음먹었던 터였다.

여행지에서 평소에 하던 운동의 호흡을 이어나가는 경험은 꽤 흥미롭고 달콤했다.

확실한 기분전환이 되어 주었고, 운동보다는 여행지에서의 액티비티처럼 즐길 수 있었다.

더군다나 하와이 해변에서 석양과 함께하는 요가라니, 이런 말도 안 되는 경험이라니!

선셋 요가는 하루 전 구글맵에 등록된 링크를 통해 예약했다(20불).


해 질 무렵 찾은 ‘쿠히오 비치 파크’의 정경은 보고 있어도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영화 속인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생경하고 현실감이 없는 자연 광경.

영화 <아바타>에서 보았던 거대한 나무가 아무렇지 않게 심긴 초록 잔디밭 사이로 불쑥불쑥 솟아 있는 높다란 야자수들. 그 앞에 펼쳐진 바다의 수평선.

그 위로 찬란하게 쏟아지는 노을의 선명함을 무어라 더 설명할 수 있을까.

내가 대체 무얼 보고 있는 건가 눈 앞이 아득해져 올 즈음 이미 자리를 잡고 명상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발견했다.

조금만 더 일찍 왔으면 여유롭게 이 시간을 즐겼을 텐데, 예측불허로 흐르는 여행지에서의 일정을 어쩌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 유일한 오점이었다.


사방이 탁 트인 자연 한 복판에 앉아 짙고 농밀한 풀과 흙냄새를 맡으며 요가가 시작됐다.

사방이 막힌 지하 스튜디오에서의 요가도 좋았지만 아예 반대되는 이 상황이 그저 믿기지 않았을뿐더러 그 와중에 들려오는 잔잔한 파도소리가, 소리와 함께 은근히 실려오는 바다향기가 소름 돋을 만큼 좋았다.

요가는 기본적인 스트레칭에서 빈야사로 이어졌고, 기초적인 동작들로 구성되어 어렵지 않게 흘러갔다.

늘 스튜디오의 전신 거울로 자세를 교정하며 수련하던 것이 습관이 되어 바른 자세로 동작을 이어가고 있는지 의심이 들긴 했지만 앉은자리에서 시야에 닿는 모든 것들이 경이로워 사념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머리 위로 서서히 번져오는 석양이 핑크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사방은 고요한 수련의 물결이 일고 있었고 나는 그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탄성을 억눌러야 했다.

거짓말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요가는 ‘사바아사나’(송장 자세. 요가 수련을 마무리하는 자세로 편안히 누워 몸을 깃털처럼 가볍게 만드는 동작)로 접어들었다.

차마 눈을 감을 수 없어 그렇게 요가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뜬 눈으로 사바아사나를 마무리했다.



Ps. 앞으로 여행을 떠날 때마다 현지인들과 함께하는 요가 클래스를 경험해보자는 야무진 다짐을 해본다.

아예 ‘우붓’으로 떠나는 요가 여행은 어떨까.

요가매트와 요가복을 들고 단출하게 떠나는 여행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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