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요가일기

괜찮아, 그럴 수 있어

7주 차 몸 사용기

by 김현임

머릿속이 한참을 복잡하고,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요가를 시작했다.

막연하게 상상했던 나의 삼십 대는 안정적이고 어른스러운 것이었으나 막상 도달한 나의 삼십 대는 점점 더 무아지경의 속도로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어째서인지 여전한 진로 고민에 사로잡혀있었다.

이제는 딱히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무언가를 계획하면서 느끼던 달콤한 기대감 같은 것은 언제 느껴보았던 감정이었는지 기억마저 아스라한, 그저 흐르는 시간에 몸을 맡긴 채 누가 안부를 물으면 ‘잘 지내’라고 대답하면서 석연찮은.

그렇게 조금씩 나를 포기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시나브로 흐릿해가는, 내가 누구였는지 어떤 것에 즐거웠는지 어쩐지 이제는 별 상관 없어지는 듯이.


그 와중에 덜컥 연말이 찾아왔다.

크리스마스가 와도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 심심찮게 들려오는 새해 인사가 소스라치게 낯설었고 이질감마저 불러일으켰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그 전형적인 인사치레가 이렇게 징그러울 줄이야.

아직 이 상태로 한 해를 마무리할 준비도, 새해를 맞이할 여유도 없는 상황에서 꾸역꾸역 답례 인사를 나누어야 했다.

더군다나 태연한 척했지만 앞자리가 삼십으로 바뀐 이후 무서운 속도로 카운트되는 뒷자리가 무척이나 뒤숭숭했다.


마음이 그렇게 붕 떠 있으니 요가를 하러 가는 발걸음이 경쾌하지 못했다.

이즈음 명상은 엉망이었고, 아예 떠도는 공상을 붙들어 명상시간을 채웠다.

하나 다행이었던 건 수련을 시작하면 어쨌건 동작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선이 흔들리는 순간 금세 흐트러지고 마는 발란스 동작은 그렇게 내 머릿속을 지워 주었다.

부들부들 용을 쓰고 안 되던 동작이 매끄럽게 완성될 때까지, 안 되던 나를 기어코 이겨먹고야 말겠다는 집념으로. 적어도 이 시간만큼은 뭐 하나라도 제대로 해내 보겠다는 마음으로.

동작이 완성되었고 온 몸이 땀으로 젖어있었다.

그렇게 간신히, 마음 한 구석을 붙들며 스산했던 하루를 마무리했다.



Ps. 이날 머릿속을 비워준 발란스 동작은 ‘아르다 찬드라사나’로 ‘반달 자세’라고도 한다.

같은 방향의 팔과 다리만으로(왼팔과 왼다리, 오른팔과 오른 다리) 땅을 짚고 온몸을 완전히 열어젖히는 동작이다. 반대쪽 팔과 다리는 하늘을 향해 뻗어 올리는데 특히 골반을 완전히 돌려, 지면과 골반이 수직이 되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 골반을 여는 순간 온몸의 균형이 흐트러지기 때문에 호흡과 시선이 중요한 동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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