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 리뷰
러닝타임 막바지, 스크린을 가득 메운 윤여정 배우의 눈빛만으로도 전율이 일었던 영화가 <미나리>였다.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을 휩쓸며 조명 받는 그야말로 핫한 영화지만 일반 관객의 관람 후기 중엔 ‘재미없다’, ‘지루했다’는 이야기도 더러 있다.
미나리는 독립영화다. 우리가 익히 경험한(혹은 기대하는) 상업영화적 내러티브나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한 오락적 요소가 없다. 그러나 상업영화적 장치를 이용해 이 영화를 제작했다면 오히려 클리셰 가득한 신파로 전락했을 가능성이 높지 않았을까. 뚜렷한 클라이맥스에서 눈물을 쏟게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었다면, 그저 백인 사회에서 인종차별을 겪은 아시아 이민자의 모습을 그렸다면 온전한 미나리로서 조명 받지 못했을 것이다.
적어도 미나리에는 예측 가능한 클리셰가 없다.
80년대 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지만 신파가 없다.
대신 ‘할머니답지 않은 할머니’가 있다.
미나리에는 미나리만의 호흡이 있다.
그저 잠자코 한 가족이, 가족 안의 세대가, 이국땅의 바퀴 달린 집에서정착하기 위해 살아가는 모습을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한 채 ‘보여’준다.
미나리는 한국인 이민자를 다룬 영화지만 한국인 이민자를 위한 영화는 아니다.
이민과 정착의 경험이 있는 각국의 사람들이 공감하고 빠져들 수 있는 보편성이 여기서 발생한다.
그 와중에도 햇살은 눈이 부시고 자연은 언제나 경이롭다. 영상미와 음악은 신 scene과 이야기를 아우르며 영화의 호흡을 함께 이끌어나간다.
그렇게 영화 자체가 살아냄, 삶으로서 다가온다.
이 느린(긴박하지 않은) 리듬 안에서 더 또렷이 다가오는 이야기들이 있다.
폐부를 찌르는 자극이 있는 반면 서서히 스며들어와 어느새 장악하는 자극도 있다. 미나리는 그런 영화적 ‘재미’가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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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별이 끝난 병아리를 태우는 굴뚝의 연기
우리가 괴짜라 부르는 사람들
우리가 무심코 정형화한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