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하라는 말.
우연히 책에서 또 발견한, 흔하다 못해 고리타분한 명언.
그러나 나는 이 글에서 속도를 멈췄다.
굳이 오래 읽어두었다.
아마 그때의 나는 오래 묵은 갑질의 현장에서 버티느라 악에 받쳐있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이 짧은 글을 그렇게 오래 읽었고, 끝내 내 안에 남겨 두었다.
시간이 오래 흘렀다.
나는 여전히 버티는 삶을 유지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고, 회사라는 곳에서 이 말을 신조처럼 상기하고 있었다. 초점 없는 눈으로. 마치 어떤 주문처럼. 녹록지 않은 이 삶의 전장에서 나도 모르게 되뇌는 말. 고개를 숙여 마땅한 자리에 숙이겠다는 의지가 나를 지키는 총부리가 되어주고 있었다. 숨 막히는 이 공간의 강자는 상사, 그리고 상사의 상사.
그러나 내가 이 공간에서 가장 존중하는 인물은 이 회사의 청소를 도맡는 아주머니들이었다.
"식사를 준비하고 집을 청소하고 빨래를 하는 일상적인 노동을 무시하고서는 훌륭한 삶을 살 수 없다."
-레프 톨스토이
그러니 이 삭막한 공간에 윤을 내고 쓰레기를 치우고 비품을 채워 넣는 이분들의 노고야말로 존중받아 마땅한 노동이다. 매일 아침 출근해 가장 먼저 인사를 건네는 분들, 오며 가며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건네는 분들, 마음을 담은 인사를 받아 마땅한 분들.
그런데 이분들이 자꾸만 내 인사를 고마워하신다.
웃으며 건넨 안부에 감격해 하신다. 나는 그 감격에 송구스러울 따름이다.
화장실을 돌보는 아주머니께서 어느 날 나의 인사 끝에 이야기를 붙이셨다.
연구원에서 일을 하는 아들이 하나 있다고.
“아가씨를 보면서 어느 날 아들한테 그랬어요. 네가 일하는 곳에서 가장 낮은 사람을 귀하게 대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그 말에서 빛이 새어 나와 한동안 가슴속을 맴돌았다.
그 밝은 기운으로 그날 하루도 무사히 버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