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순간을 살고 있나요

시를 읽던때를 기억은 하고 있는지요.

by 김현임

마감에 맞춰 기사를 완성하느라 다급하던 그때였습니다.

눈에 시집 한 권이 자꾸 드는 겁니다.

‘시간이 없는데…’

정말 바빴습니다. 마감할 원고가 산더미, 촬영 차 방문할 곳곳이 산더미였으니까요. 하필 이때 체기까지 들어약까지 털어 넣고 머리를 부둥켜 안고 있던 찰나였습니다. 그런데 이 시집 한 권이 자꾸 나를 불러요. ‘에이 모르겠다'하고 집어 들었는데 그렇게 한동안을 책 장에 파묻혀있었습니다.

고은 시인의 <순간의 꽃>입니다.


‘좀 더 새롭게! 조금 더 다르게!’만을 외치는 요즘, 분야를 막론하고 언급되는 한 글자는 ‘크리에이티브’입니다. 그런데 사실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어요. 오직 ‘발견’만이 있을뿐입니다.


처음 읽고 줄 친 게 열 개였어요. 그다음에 다시 읽었더니 스무 개로 늘구요, 다시 읽었더니 오십 개로늘어요. 그런 책입니다.
_카피라이터 박웅현

저 역시 이런 분들의 책을 읽고 ‘발견’을 해요. 특히 고은 시인의 시를 읽으면 세상에 이런 현자가 없습니다. 아무리 날고 긴다는 작사가와 카피라이터를 대동한다 해도 단 세 문장으로 저릿한 전율을 일게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거예요. 그런데 이 작은 시편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저릿’합니다. 단 세 줄만으로요.



사진관 진열장

아이 못 낳는 아낙이

남의 아이 돌사진 눈웃음지며 들여다본다

(18p)


어쩌란 말이냐

복사꽃잎

빈집에 하루 내내 날아든다

(49p)



어떠세요. 단 세 줄. 읽는순간 머릿속에 아스라히 영사기가 돌아가지 않습니까? 단 세 줄이 만들어내는 머릿속 영상이 금새 가슴으로 내려옵니다. 시라고 해서 어렵고 의미를 해석할 것도 없이 가슴으로 훅하고 들어오는 이 저릿함이 저는고은 시집의 한 수 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렇게 문장으로 돋는 소름이 참 좋습니다. 시각으로 청각으로, 그러니까 영화 속 장면이나 음악으로 느끼는 감동보다 문장으로 얻는 소름이 조금 더 다각적이고 다층적인 효과를 주거든요. 아니, 다 떠나서 전율의 감도가 달라요. 슬프라고 만든 영화는 슬퍼요. 슬프라고 만든 음악은 여지없이 슬프기마련입니다. 소설은요? 시는요? 종이로 된 책을 손에 쥐고(촉각이죠) 눈으로 글자를 더듬으며(시각입니다) 가슴으로 감동을 느낍니다.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사람들은 단순한 행동을 좇습니다. 우리가습관처럼 시시때때 확인하는 SNS가, 무표정한 얼굴로 내리 긁는 엄지가 그렇습니다. 세상은 늘 새로움을 부르짖어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시를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시 속 세상으로 일상에 눈을 뜨고, 새로울것 하나 없는 세상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방법을 터득했으면 해요.

자그마하니 얇은 것들로, 가방에 넣어 다녀도 가벼워서 눈치 채지못할 만큼 그렇게, 생활에, 당신 곁에 시가 늘 자리해 있었으면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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