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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임 Oct 19. 2018

피부썰

피부가 좋아졌다


트러블이 없으니 흔적도 없고 요철없이 매끈하게 윤이나면서 볼에 핑크빛 생기가 돈다.

굉장하지 않은가?그럼에도 불구하고 볼에 남은 기미와 모공은 시간이 남긴 흔적이지만 지금 내 피부 상태는 리즈시절을 경신 중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회사를 그만두면 얻을 수 있다.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다. 내 일상의 주된 스트레스는 무엇이었나, 회사였다. 그러므로 스트레스=회사다.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떨어트린다. 그럼 시름시름 앓다가 편도염이 생기고 몸살도 걸려서 병원을 간다.


“선생님, 왜 자꾸 골골댈까요. 저 항생제를 너무 자주 먹는 것 같아요”.

그럼 의사가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물 자주 드시고’ 등등의 이야기를 한다.

이상하다, 하루에 2리터는 족히 마시는데. 그래, 회사를 그만두고 물을 자주 마시면 내 몸은 나을 수 있는 거구나!

일을 그만두고 물을 자주 마셨다. 운동은 아무래도 귀찮아서 스트레칭만 꾸준히 했다.

지금 내 몸이 크게 건강한 지는 모르겠지만 피부가 확실히 좋아졌다. 피부도 내 신체의 일부니까 그럼 몸이 건강해진 거라고 볼 수 있는 거겠지? 뭐라도 건강해졌으니 감사하다.

비싼 피부과 시술 없이 얻은 쾌거라며 좋아하다가 돈 안벌고 얻은 결과니 쌤쌤인가 싶어 혼자 피식 웃었다.


주된 스트레스에서 벗어났다는 점도 내 피부 상태에 큰 기여를 했겠지만 사실 근 2년 동안 꾸준히 ‘화장품 다이어트’를 실천해왔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성분 다이어트’로, 피부에 유해한 성분을 배제하면서 필요한 성분만을 취하는 데일리 루틴을 습관화한 것. 피부를 좋아지게 하겠다고 덧 바르기 보다 덜 바르니까 피부가 좋아졌다.

화장도 풀메이크업 횟수를 줄이고 사용하는 색조 종류를 줄였다(화장을 덜 해도 결코 덜해보이지 않는 자연스런 메이크업 팁은 따로 다뤄보겠다). 화장을 덜 하니 지워내는 과정에서 피부가 입는 자극도 줄었다. 세안을 할땐 약산성 폼클렌징이나 천연오일로 이뤄진 오일클렌저를 사용했고 아침엔 반드시 물 세안만 하는 루틴을 고수했다.

더불어 먹을 것들에도 약간의 변화를 주었다. 생수만 마시기 여의치 않을땐 히비스커스 차를 자주 우려 마셨고(반년 가까이 매일 마셨는데 익히 알려진 히비스커스의 뚜렷한 효능은 잘 모르겠지만) 차의 산미가 부담스러울땐 구수한 우엉차를 자주 마셨다. 워낙 군것질을 좋아해서 가공식품이나 탄수화물을 딱히 컨트롤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육식을 줄여나갔다. 육식을 하지 않는 생활은 피부관리 목적 보다는 나의 가치관에 따른 식습관이지만 사실 채식이 인간의 몸에 가장 이롭다는 것은 반박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렇게 한두해가 지나니 자연스럽게 피부가 좋아졌다. 건성이었던 피부타입이 중성에 가까워졌고 요즘엔 선크림에 립스틱만 발라도 외출할 맛이 난다. 핵심은 더하지 않고 뺐다는 것에 있다. 피부도 이것저것 다 바르면 뱉어내고 탈이 난다. 그러고보니 원하는 것을 취하기 위해 필요없는 것을 덜어내야 한다는 말은 비단 피부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삶을 대하는 태도에도 닿아있다.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의 상태. 말그대로 ‘피부로 경험하니’ 확실히 와 닿았다고 해야할까. 피부든 라이프스타일이든 모쪼록 군더더기를 덜어내는(껍데기는 가라!) 것이 우선이라는 결론을 내리며 피부썰 끝.


공병에 토너와 오일을 담아 기초용으로 사용, 얼굴에도 몸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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