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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을 알아야 할까?

작가라면 반드시 알아야할 출판 상식(4)

by 정혜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굳이 알 필요 없다.


어차피 편집하는 과정에서 편집자가 3번 이상 교정, 교열을 볼 것이고 작가가 맞춤법까지 공부할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문장력을 기르는 데 그 소중한 시간을 쓰길 바란다. 다만, 오타는 좀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예전에 예비 작가들을 상대로 원고 집필 강의를 하면서도 ‘작가가 굳이 맞춤법을 다 알 필요는 없지만 오타는 내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당부한 적이 있다. 오타가 너무 많이 보이면 편집자 입장에서는 ‘이 작가는 본인 원고에 애정이 없나? 너무 신경 안 쓴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든다.


오타가 남발한다는 것은 쓰고 나서 자신의 글을 다시 한 번조차 읽어 보지 않았다는 말과 같다.


하물며 편집자도 내가 쓴 것도 아닌 글을 3번이 넘게 정독하는데 작가가 자신의 글을 다시 보지 않는다는 건 작가 스스로에게도 부끄러운 일이고 그 책을 사 볼 독자들에게도 무례한 일이다.


@siso-writers · 북에디터 정광희


가끔 작가나 혹은 번역자 중에 본인이 맞춤법까지 세세하게 정리하여 편집자인 내게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에는 사실 참 유난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결과물에 책임을 다하려는 모습이라 생각하고 이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국어가 참 쉬우면서도 어렵다는 생각을 이 직업을 통해 많이 느낀다.


띄어쓰기 하나만으로도 의미가 휙휙 바뀌기도 하고, 우리가 평소에 말로써 글로써 쉽게 쓰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게 맞는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이따금 발생한다. 글을 고치는 일을 직업으로 하다 보니 난 알면 알수록 더 헷갈리고 어려운 게 국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작가라면 맞춤법보다는
글의 표현력, 문장력을 기르는 데
더 집중하는 편이 낫다.


@siso-writers · 북에디터 정광희


‘무엇이 좋은 표현력이고 문장력이냐?’라고 묻는다면 그건 각자 느끼는 바에 따라 다르다고 대답할 수 있겠다.


무슨 말이냐면 작가마다 성향이 있고 성격이 다 다르기 때문에 본인이 의도하는 바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와 문장을 사용했을 때 그게 가장 자연스럽고 작가 자신이 만족할 만한 글이 된다는 것이다.


어쨌든 표현력, 문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내가 글로써 닮고 싶은 작가의 글을 계속해서 읽고 필사해 보고 ‘나라면 이 문장을 어떻게 바꿔서 쓸 수 있을까’ 하고 꾸준히 연구해야 한다. 모방 후에 창작이 가능하다는 말처럼 처음부터 글발이 좋은 작가는 거의 없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사람의 글이 성장하는 법이다.


내가 글발이 좋아지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예전에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었을 때 부끄럽고 어디 내놓기 쑥스러우면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이 없으면 절대 글발은 나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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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디터_정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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