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라면 반드시 알아야할 출판 상식(9)
실제 출판사에서 투고 거절 멘트로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 ‘저희 출판사와 출간 방향이 맞지 않아서…’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요리책이나 건강 분야 등 실용 전문 출판사에 자기계발 원고를 투고하면 정말 말 그대로 ‘출간 방향’이 맞지 않은 것이다.
예전에는 한 출판사 이름으로 여러 분야의 책을 출간하는 ‘종합 출판사’의 이미지를 가진 곳이 더러 있었는데 요즘은 출판사마다 전문적으로 출간하는 분야가 정해져 있거나 혹은 종합 출판사라 하더라도 분야별로 브랜드가 세세하게 나뉘어져 있다.
내가 쓴 원고가 어느 분야에 속하는지 감을 잡기 힘들다면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보자.
인터넷 서점의 분야나 카테고리 부분을 살펴보면 인문, 문학(시, 에세이), 자기계발, 경제경영, 여행, 청소년, 가정 등 다양한 키워드들을 만날 수 있다.
그 분야들 중에서 내가 쓴 원고가 가장 잘 어울리고 독자의 눈에 잘 띌 수 있는 곳이 어딘지를 찾아야 한다.
가령 이런 경우가 있다. 어떤 작가가 ‘아이를 낳은 엄마가 되고 나서 자신을 성찰하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탐구한 에세이’를 썼다고 하자.
이 에세이는 ‘문학(에세이)’ 분야로 봐야 할까? ‘가정생활(육아)’ 분야로 봐야 할까?

이 책은 어느 분야로 가더라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다만 이 책이 가장 돋보이고 잘 팔릴 수 있는 방향으로 분야를 잡아야 한다. 애매한 경우에는 출간할 출판사가 정해주는 분야를 따르면 된다.
북에디터가 투고 원고 파일을 열었는데 기획안이나 저자 소개, 원고를 아무리 봐도 딱히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요소가 없다고 여겨져도 회신 메일에 ‘저희와 출간 방향이 맞지 않아서…’라는 문구를 타이핑하게 된다. 이는 사실 출판사에서
완곡하면서도
배려 깊게 거절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문장이기 때문이다.
사실 뭐가 잘 팔리고 뭐가 잘 안 팔릴지는 작가도, 출판사도, 서점도 잘 모른다. 예측만 할 뿐이다. 출판사가 마음에 들면, 서점 MD가 마음에 들면 잘 팔릴만한 책인 것이다.
“출간 방향이 맞지 않는다”는 말은 곧,
“내가 생각하는 잘 팔릴 것 같은 책은 이게 아니야”
라는 말과 동일하다.
만약 투고 후 회신으로 ‘출간 방향이 맞지 않는다’는 멘트를 회신 받았다면
내가 원고의 분야를 잘 설정했는지
투고한 출판사가 내 원고 분야를 출간하는 출판사가 맞는지
기획안이나 제목 등 뭔가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닌지
요즘 트렌드와 동떨어져서 작가 본인만 아는 가치나 유행을 내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무도 생각지 못한
새로운 책이란 없다.
다른 책들을 충분히 참고하고 분석해서 출판사가 가지고 싶어 안달하는 책을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