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라면 반드시 생각해봐야할 것들(14)
요즘은 육아빠들(집에서 전담으로 육아를 하는 아빠)이 참 많아졌는데 내가 2015년에 출판사를 시작하면서 남편도 육아빠가 되었다. 하루 종일 아이를 캐어하고 집안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남편은 생각보다 엄청 힘들어 했다.
“저녁에는 아이 좀 봐주지 그래? 그렇게 할 일이 많은 거야?”
“주말인데 어디 나가서 바람이라도 쐬자. 밥도 해결하고….”
어디서 많이 들어봤던 멘트들이 남편의 입에서 술술 나오니 처음에는 좀 웃기기도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나도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던 멘트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나도 하루 종일 일하는데 저녁에 아이까지 봐야 돼?”
“주말에도 나 해야 할 일이 좀 있는데….”
내가 집안일을 하고 남편이 회사에 다닐 때도 서로를 이해하기가 힘들었는데 남편이 전업주부가 되어 입장이 바뀌어도 여전히 서로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걸 그때부터 서서히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서운한 마음에 말다툼도 좀 했지만 어느 순간 내 욕심만 차리는 것도 이기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이뤄주기 위해 남편은 기꺼이 자신의 커리어를 내려놓고 희생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자유 시간도 없이 집안일에 매여 있는 남편의 마음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저녁에는 특별히 급한 일이 아니면 저녁 식사 후 잠들 때까지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남편에게는 자유 시간을 주려고 노력한다.
혹시나 내가 토요일에 외부 일정이 있어서 외출을 해야 하면 일요일에는 남편이 자유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한다. 매번 그렇게 안 될 때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서로 노력한다는 데에 그 의미를 두고 있다.
특히 기혼 직장인이면서 어린 자녀까지 있는 예비 작가들이 책을 쓰기 시작하면 배우자와 갈등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 혼자 좋자고 책 쓰는 줄 알아? 다 우리 가족이 더 풍요로워지기 위한 거야.”
“나도 없는 시간 쪼개서 책 쓰는 거 힘들어. 좀 이해해 주면 안 돼?”
이런 말로는 사실 싸움만 날 뿐 배우자를 설득하기는 힘들다. 좀 더 현실적으로 책을 쓰는 시간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고, 틈틈이 가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예를 들어, “나 이 책 써서 정말 작가가 한번 돼보고 싶어. 어릴 때부터 내 꿈이었거든. 내가 책 한 권을 다 써서 실제로 출간하면 당신도 당신이 원하는 거 할 수 있게 내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줄게”처럼 말이다.
주말에는 오전, 오후로 시간을 쪼개서 오전에는 책을 쓰고 오후에는 잠깐이라도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 바람을 쐬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방법이다.
난 솔직히 책 한 권 쓰는데 무슨 전투라도 하듯이 모든 인간관계와 자유 시간을 차단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생활의 모든 걸 통제한다고 해서 글이 더 잘 써지는 것도 아니고 사람에 따라서는 오히려 스트레스만 더 쌓일 수도 있다.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 좋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영화를 보고 책을 읽는 그 시간들을 절대 버리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시간들이 있어서 내 글감이 만들어지는 것이고, 느껴지는 것이 있어야 표현도 나오는 법이다.
한 자 한 자 고심해서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지어내는 시간이 고통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무엇을 하든 그 순간에 온전히 몰입하고 즐길 수 있어야 삶이 조금은 더 재미있어지기 마련이다.
누군가와 함께 있는 시간도, 혼자서 글을 짓는 시간도 모두 소중하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