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혜윤 Dec 21. 2018

편집자 수업을 돌아보며



이제 다음 주면 편집자 과정 2기 수업이 끝난다.


1기를 수료하신 분들 중에는 1인 출판사 대표가 되신 분, 우리 출판사와 출간 계약을 하시거나 현재 계약을 하기 위해 논의 중인 분들이 계시고, 2기 진행 중에는 실제로 출판사에 취업을 하게 되신 분도 있다. 9월 초부터 시작해 이제 3개월 남짓인데 정말 크나큰 결과들이 아닐 수 없다(물론 수강생 각자의 노력이 가장 컸다). 정말 좋은 수강생분들과 함께했고, 나의 또 다른 능력과 가능성을 시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


처음 강의에 대해 생각했을 때, 글쓰기 수업이 아닌 편집자 수업을 시작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편집자는 어찌되든 글을 쓸 수밖에 없기에 수업 내용에도 글쓰기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 있긴 하다. 그래서 고민했다. ‘글쓰기에 대해 어떻게 쉽게 알려드릴 수 있을까’를 말이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글쓰기는 가르칠 수 없다!!’


우리가 모두 피겨 선수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고 치자. 우리 앞에 김연아 선수가 다가와 “자, 제가 이제부터 트리플 악셀 하는 법을 알려드릴게요.” 하면서 “일단 두 손을 가슴에 모으시고요. 점프를 약 1미터 정도 뛰세요. 그 상태에서 몸을 오른쪽으로 3바퀴 반을 돕니다. 그리고…”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얼음판 위에 서본 적도 없는 사람이 김연아 선수의 말만 듣고 트리플 악셀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트리플 악셀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스케이트화를 신고 얼음판으로 나가서 넘어지지 않고 똑바로 서는 법, 앞으로 나아가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마찬가지로 평생 책을 읽고 쓰는 데 취미가 없는 사람이 갑자기 글을 쓸 거라며 국내 유명한 글쓰기 전문가의 강의를 들으러만 다니는 것은 의미가 없다. 강의를 하는 그 사람만 경험상 알 수 있는 내용일 뿐이지 그걸 듣는다고 해서 내가 그 사람처럼 똑같은 결과물을 낼 수는 없다. 





아무것도 없는 흰 종이를 앞에 두고 나의 어떤 생각들로 이 여백을 채워나갈 것인지 고민한 후에 직접 써나가 봐야 한다. 직접 쓰지 않으면 늘지도 않고 발전도 없다. 


글을 잘 쓰는 법은 ‘많이 읽고, 많이 써보고, 쓴 글을 고쳐보는 것’이 전부다. 특히 고쳐보는 연습은 실제로 글을 더 세련되게 만드는 작업이므로 많이 해볼수록 자신의 안목이 높아지는 걸 경험할 수 있다. 이것이 편집자의 글쓰는 법이다.


글쓰기도 역시 감각이기 때문에 연습할수록 는다. 완벽한 트리플 악셀을 보여주기 위해 김연아 선수는 그 차가운 빙판 위에서 수천만 번 넘어졌을 것이다. 


글을 쓰고 싶은 우리에게도 그러한 수천 번의 넘어짐이 필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감] 에디터·작가를 위한 편집자 과정을 시작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