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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책장

시급 5천 원짜리 인간

by Nina

프리랜서 작가.


누군가에게 내가 프리랜서 작가라고 이야기하면 첫 반응은 대개 둘 중 하나다. '오!' 아니면 '우와!'. 그리곤 금세 눈이 초롱초롱해져선 이런 말을 쏟아낸다.


"프리랜서라니, 진짜 부럽다. 상사 눈치를 보거나 아침마다 지옥철 안 타도 되잖아. 게다가 작가라고? 개 멋있어. 내가 점심 메뉴를 고민할 때 넌 창작의 고통으로 몸부림치겠구나."


그 어떤 조직에도 속하지 않은 자유의 몸이라는 것, 그리고 글쓰기라는 일종의 예술을 업으로 삼는다는 것이 놀라움 또는 부러움을 유발하나 보다. 어느 정도는 인정한다. 지금의 삶에 깊이 감사하며, 때론 내가 복에 겹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현재 프리랜서라면, 특히 작가라면 알 것이다. 세상이, 그리고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대하는지. 나의 작업물을 귀하게 여겨주시는 분도 많지만, 그보다 시급 5천 원 짜리쯤으로 여기는 분들이 더 많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돈을 받고 글을 쓰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누구나 AI를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서일까? 요즘은 대놓고 'AI로 글을 쓴다'라고 어필하는 작가도 있다.(고 풍문으로 들었다.) 하지만 나는 AI를 자료조사나 아이데이션에 활용할 뿐, 모든 글을 직접 쓴다. 도무지 원하는 퀄리티의 글이 나오지 않아서다... 열심히 유튜브로 공부하고 프롬프트 연구도 하며 갖가지 실험을 해봤지만, 내 능력이 안 되는 탓인지 미묘하게 풍기는 AI 냄새를 지울 수가 없었다. 사실 AI로 글을 쓰든 직접 쓰든 간에, 고객만 만족한다면 돈벌이 측면에서는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나처럼 직접 쓰기를 택하는 작가는 가격 전략에 있어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에는 부수입을 위해 글쓰기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요즘은 부쩍 외주 플랫폼을 이용할 때마다 마치 전쟁을 치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경기가 안 좋으니 일감은 줄어드는데, 글로 돈 벌려는 사람은 넘쳐나니 다들 혈안이 된 느낌이다. 숨고의 경우, 꽤 견적이 나가는 작업 요청서에는 30초도 안 되어 견적서 8~10개가 쌓인다. (뻥 아님)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비용 저퀄' 전략을 쓰는 사람이 늘어난 듯도 하다. 싼 가격에 작업을 맡겼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 내게 재작업을 요청하는 고객이 점점 늘고 있어서다. 동시에 무조건 가격을 깎아달라고 하거나, 너무 비싸다며 거래를 진행하는 내내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고객도 늘었다.


이럴 땐 말 그대로 현타가 온다. 내가 너무 비싼 가격을 제시하는 것 아니냐고? 이런 말씀하시면 진짜 억울하다...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 단가는 3천 원부터 시작이다... 껌도 천 원이 넘는데 어떻게 3천 원 받고 일을 하냐고 물으신다면... 나도 모르겠다. 왜 그런지 좀 알려주시길... 나 같은 사람이 허다한 걸 보면 업계 특성인 것 같기도 하다. 참고로 아래 글을 쓴 평론가는 11년간 고작 월평균 46만 원을 벌었다.



이렇다 보니 나는 내가 하는 일이 대단한 것처럼 추켜세워 주는 사람 앞에서 몹시 민망해진다. 그래서 '말이 좋아 작가지, 그냥 일용직 노동잡니다.'라고 대답한다. 겸손을 떠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씁쓸하게도 진심이다^^...


이런 리뷰를 보면 나도 모르게 울컥한다ㅠㅠ


어제도 방대한 양의 작업을 반나절 안에 끝내도록 요청하곤, 견적으로 제시한 3만 원에 불만을 쏟아내는 고객을 만났다. 이럴 땐 술 한 잔 하면서 다른 고객의 정성스러운 리뷰를 본다... 그리곤 나는 절대 시급 5천 원짜리 인간이 아니라고 주문을 걸듯 되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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