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들과 저녁 약속 후 집으로 오는 길에 택시를 탔다. 간단하게 술도 한 잔해서 알딸딸하던 참인데 내릴 곳이 다 와갈 무렵 불쑥, 택시기사님이 말씀하셨다.
“이야... 오늘은 택시에서 우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오늘 무슨 특별한 날입니까?”
“그... 글쎄요.”
어쩐 영문인지, 어떤 맥락인지 전혀 짐작이 안 가는 질문이라 어수룩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는데, 개의치 않고 택시기사님은 말씀을 이으셨다.
“아니 낮에는 중학생이 30분을 그냥 내도록 울더니, 좀 전에는 또 꽃을 받았다고 한 아주머니가 그렇게 울더라고요. 왜 그런 꽃다발 있지 않습니까? 꽃다발 중간중간에 돈도 섞어서 다발로 만들어 놓은 거. 그런 꽃다발을 받았는데 자기가 꽃다발 받은 건 처음이라고 그렇게 울대요. 택시에서 울면 안 부끄러운가?”
‘부끄러움이라... 부끄러울 일인가? 그보다 뭔 사연이길래 아이가 택시 안에서 30분을 울었지? 꽃다발을 처음 받아보고 울었다는 아주머니 이야기는 왠지 참 짠하기도 하지만 좋아서 울은 거니 감동의 눈물인가...’ 혼자 사방으로 뻗는 생각을 두서없이 하고 있자니 잠깐 입을 다물었던 기사님이 다시 또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중학생 아는 부모가 이혼을 했는지 엄마랑 살다가 재혼한 아빠집으로 가는 갑대요. 택시에서 내리니까 새엄마인지, 나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잘 왔다, 그카더라고요. 햐, 이혼 그거 아한테 상처가 오래갑니대이. 그래도 이혼할 만하면 이혼해야 하는데 자식이 있으면 그게 참 복잡한 거라.” 기사님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다는 듯 머리를 절레절레 흔드셨다.
그러고는 목적지에 도착해 나도 택시에서 내렸는데 한동안 기사님의 이야기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세상사 이야기야 날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이 각자 펼쳐지니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거야 당연하지만, 숙직하고 아침에 퇴근하고 집에 와 잠시 쉬다가 오랜만에 뭉친 선후배와 저녁 식사를 한 내 이 평범한 보통날에도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고 누군가는 두 번이나 타인의 눈물을 보았구나 싶었다. 그리고 나는 두 명의 눈물을 들었고...
한 중학생 아이는 지금쯤 낯선 방에서 낯선 이부자리에 누워 낯선 밤을 보낼 것이고, 어느 아주머니는 생전 처음 받은 꽃다발(그래도 아주머니는 돈이 꽂혀 있는 것보다는 꽃이 먼저 들어오셨나 보다)을 받고 화병에 적당히 꽂아 놓은 꽃다발을 보며 흐뭇했을 것이고 함께 꽂혀 있던 돈은 한 장, 한 장 펴며 웃으셨겠다 싶었다. 좀 더 밤이 깊으면 택시기사님도 귀가해 택시에서 눈물 흘리던 사람들을 떠올리겠고, 나는 얼굴도 모를 한 중학생과 아주머니와 택시에서 울면 안 부끄럽냐고 묻던 택시기사님의 질문을 떠올리는 밤이다.
택시에서 울면 안 부끄럽냐던 기사님의 질문은 그가 인생에서 미처 제대로 갖지 못한 다정함이 머쓱함으로 남아 표현된 것일 테다. '에휴. 그냥 왠지 모르게 마음이 짠하더라고 한마디 하면 그만일걸. 부끄럽지 않냐니, 거참.' 생각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아이를 걱정하던 기사님의 깊은 한숨을 들었기에 아휴, 기사님도 참... 하게 된다.
다정을 다정으로 꺼내놓지 못하고 타박이나 핀잔의 모양새로 꺼내놓고야 마는 사람의 인생은 또 얼마나 그에게 무정한 것이었을까. 이런 알코올 섞인 생각을 잠자리에 누워 되새긴다. 누군가의 밤이 너무 절망스럽지 않길 바라지만 그 또한 얼마나 부질없는 생각인지 안다. 오늘 혹시, 울었습니까? 묻게 되는 밤이다.
"잘 왔다" 하고 어깨 툭툭 두드려줄 누군가, "음, 향기 좋네" 꽃병에 꽂힌 꽃다발을 두고 한마디 건네 줄 누군가... 그런 그 누군가가 우는 당신 옆에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