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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실생활자 김편집 Sep 20. 2015

#03 금잔화

실망, 비애, 비탄

[금잔화] 실망, 비애, 비탄



그렇게 남자와 여자의 모든 것이 다 사그라들어 아무것도 남게 되지 않고서야 돌아와 혼자 누운 여자가 있다. 절망한 여자는 간절히 빌었다.


심장아, 서서히 서서히 멈추어다오.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천천히 천천히 느려지고 느려져 어느 날 문득, 모든 이들이 어리둥절해 하며 ‘갑자기’로만 여기게, 누구도 아픔 느낄 새 없이, 누구에게도 상처 줄 새도 없이 그렇게 멈추어다오.’


여자는 밤마다 잠 못 이루며 간절히 빌었다.

그래서 그 심장은 여자의 소원대로 고장이 났을까? 천천히… 천천히… 느려지기만을 바랐던 그녀의 가엾은 심장은 주인의 간절한 소망을 들어 주었을까?


아마 심장은 사람이 사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닌가 보다. 예전에 이미 무감해져 스스로 마비된 고장 난 심장으로도 여전히 이렇게 살고 있으니. 무심히 도로를 향해 있던 텅 빈 눈길을 거두며 여자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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