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 가련
여자는 남자에게 사랑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었다. 달콤한 사랑의 노래.
남자는 여자를 스스럼없이 깨끗한 마음으로 좋은 곳에 데려가고 싶었다. 맛있는 것도 그득하고 흥도 넘치는 유쾌하고 좋은 자리.
여자는 남자에게 달콤한 노래를 끝내 들려주지 못했고, 남자는 여자를 데려간 자리에서 구박만 받았다. 서로에겐 상처만 남았고. 두 사람은 벚꽃 흩날리는 비루한 봄밤에 제각기 생각했다.
“왜 난 더 멋지지 않은가. 좀 더 괜찮은 사람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좀 더 사랑하는 사람이 지는 것이 사랑이다. 두 사람 각자에게는 자신이 좀 더 사랑하는 처지였으니, 그 밤 두 사람은 모두 패자였다.
모래바람 부는 세상살이 속에서 달콤한 젖과 꿀이 넘치는 오아시스 같은 사랑은, 누구에게는 실현되어 온몸을 적시고, 또 누구에게는 신기루처럼 홀연히 나타났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혹은 평생 한 번 환영으로도 보지 못하고 사막의 모래바람 속에서 꿈만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