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을 지우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스마트폰 바탕화면에 인스타그램 앱을 감춘 지가 꽤 됐다. 틈만 나면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남들의 행복을 기웃거리는 내 모습이 너무 꼴 보기 싫어서다. 처음에는 앱을 아예 지웠다가 업무에 필요하다는 핑계로 은근슬쩍 다시 다운로드하고는 시도 때도 없이 들여다보길 반복하다가, 결국 앱을 바탕화면에서 감추는 것으로 타협을 봤다. 어쩌다 '행복 배틀'이 되어버린 무수한 피드 속에서 허우적대는 나를 구원하는 방법은 그것을 외면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남의 생각과 삶을 카피하기가 너무 쉬워져 버린 세상.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조차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현실은 좀 서글프다. 자신을 잘 브랜딩한 인플루언서들은 흔히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고, 꾸준히 드러내다 보니 많은 공감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이건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해서 명문대를 들어갔다는 클리셰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이제는 공감을 받기 위해 자신을 포장해야 하고, 그것만이 살길인 듯하다. 주류에 들지 못하는 변두리 인생은 허상인지 현실인지 모를 평균의 삶에 좌절하고, 그럴수록 자신을 포장하기에 급급하다. 우리는 왜 남들처럼 살지 못해 안달일까? 나만의 삶을 꿈꾼다고 말하면서도 평균의 바운더리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걸까?
한번 사는 인생 즐겁게 살자라는 모토가 유행할 때는 너나 할 것 없이 내일이 없는 것처럼 즐기더니, 이제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추구미로 삼으며 갓생의 하루를 좇는다. 아침형 인간이 성공을 위한 지름길인지 성공한 사람들이 대체로 아침형 인간인 건지 앞뒤 없이 세상은 아침형 인간이 되길 종용한다. 삶에도 트렌드가 있는 것일까?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발맞추지 못하면 쉽게 뒤처지는 것처럼 보인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과 나의 간극은 더욱 벌어진다. 비단 모두가 쓰는 줄임말을 알아차리지 못한다거나 유행하는 먹거리나 패션을 따라잡지 못해서가 아니다. 나이에 기가 죽는 것은 어쩐지 점점 내 삶이 변두리로 밀려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자꾸 평균적인 삶에 나의 현실을 맞추려 한다. 30대에 마땅히 살아야 하는 삶, 40대에 마땅히 준비되어야 하는 것들. 더 나아가면 40대가 되기 전에 꼭 해야 하는 것들, 40대를 후회 없이 보내야 한다는 피드 같은 것으로 사람들의 불안을 더욱 증폭시킨다. 이건 바꿔 말하면 그 나잇대에 어떤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은 뒤처진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경고인 건가.
애석하게도 40대가 된 내 모습을 어렴풋이라도 상상해 본 적이 별로 없다. 나 또한 어련히 그 나잇대가 되면 사람들이 정해놓은 ‘평균’의 삶을 살고 있겠거니 했다. 때론 가까운 곳이 있는 어른의 모습을 나도 모르게 닮아가면서 앞서 산 그의 삶을 깃발 삼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내가 그 사람이 있던 자리에 깃발을 꽂는다 하더라도 변하는 것이 별로 없다. 같은 나이가 되었더라도 같은 삶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하늘 아래 같은 삶은 없다는 것을, 누군가의 삶을 모방할 수는 있지만, 그 삶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평균이라는 기준에서 좀 비껴 난다는 것은 무척 두려운 일처럼 보이지만, 남의 인생을 기준으로 잡지 않고 나만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을 외면하니 비로소 남의 삶이 아닌 내 안의 진짜 소중한 가치들을 깨닫게 된다. 더 이상 남들이 편집해 놓은 행복의 단편들이 평균의 삶이라는 착각은 그만하시길. 오늘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내일의 내가 되는 것을 삶의 기준으로 삼았을 때, 행복의 허상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다.
어느 날 나는 내가 부러워하는 인물들을 떠올리며 그들 삶의 좋은 부분만 골라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사람의 몸매만, 저 사람의 재력만, 또는 이 사람의 성격만 갖고 싶어 해서는 안 된다. 그 사람 전체를 받아들여야 한다. 생각해 보라. 당신은 부러운 누군가의 행동, 욕망, 가족, 행복도, 인생관, 자아상까지 빠짐없이 포함해서 그 사람이 되고 싶은가? 그의 24시간을 기꺼이 그대로 살 의향이 없다면, 그의 인생 및 정체성과 당신의 것을 통째로 바꿀 의향이 없다면, 그를 부러워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모건 하우절 <불변의 법칙>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