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퇴사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그동안 뭘 했는지 생각해 보니 기승전 돈 쓰는 재미로 살았다.
반려견과 제주도 여행도 다녀오고 미루고 미루던 라식 수술도 했다.
퇴직금은 달디달았고 휴식 역시 너무 달았다.
한 달 동안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자고, 자고 또 잤다.
먹고 싶은 게 생기면 먹고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가보고
주말엔 사람 많아서 가기 힘든 아울렛이나 쇼핑몰을 다니면서
필요했던 옷이며 신발이며 마음껏 구경하고 구매했다.
근데 그 많은 쇼핑몰과 카페를 다니면서 느낀 건
도대체 사람들은 어떤 시간적 여유가 있길래 저렇게 여유로워 보이는 걸까?
나만 출퇴근시간, 일하는 시간에 얽매어서 힘들게 일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다.
평일도 주말 못지않게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여유롭게 보내고 있다는 것에 대해 새삼 충격을 받았다.
물론 금전적인 여유가 있어야 시간을 좀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출퇴근을 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체력적,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있다는 게 부러워졌다.
그래서 새삼 다음 회사는 가까운 곳이면 좋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다음 스탭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왔다고 느낀다.
진짜 인간이, 특히 내가 스스로 간사하다고 느끼는 게
돈도 많이 받고 싶고, 평생까진 아니어도 꾸준히 하면서 먹고살 수 있는 일이면 좋겠고
더울 땐 시원하게, 추울 땐 따뜻하게 일하고 싶다.
뭐가 됐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원하는 만큼의 아웃풋이 나오면 좋겠는데
그렇다고 전문직을 준비할 자신도 없고, 그렇지만 돈은 많이 받고 싶고..?
나 스스로도 너무 간사해서 어떻게 하고 싶은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양질의 일자리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경기도 안 좋으니 기업에서는 명퇴 신청을 받지만 신청하는 사람도 극소수고..
인서울 4년제 나온 사람은 많지만, 받아줄 기업도, 자리도 없고
그들은 그들이 해 온 인풋만큼 아웃풋을 받고 싶지만, 현실에서는 월 300이면 잘 버는 수준이다.
그래서 나는 무얼 하고 싶은 걸까.
무엇이 내 삶을 지탱하고 있으며 무슨 일을 해야 나 스스로가 즐기며 일할 수 있을까?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기엔 현실은 너무 각박하고 헤쳐나갈 길이 너무나도 길다.
국비지원으로 기술을 배워야 하나, 사무직을 했으니 현장직은 힘들 것 같은데 먹고살아야 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이게 나을까? 저게 나을까? 하면서 고민을 계속하고만 있다.
기승전 고민이다. 뭐라도 시작하면 나을 텐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각만 많아지고 있다.
한 살이라도 어렸으면 덜 무서웠을 텐데 시간이 갈수록 겁쟁이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