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정신과

나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

by 정준

의사의 말을 뒤로 한 채 임의로 단약을 한 댓가는 생각보다 가혹했다. 내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병을 키우다 보니 일상은 순식간에 엉망이 됐다. 공황발작이 생각보다 자주 찾아왔다. 더이상 스스로 해결되지 않는 다는 것을 지독하리만큼 느낀 후에야 다시 병원을 찾았다. 단 기존에 갔던 병원이 아니라 다른 곳을 알아봤다. 의사도 사람인지라 나랑 맞는 의사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임의로 단약했기에 다니던 병원에 다시가면 의사선생님한테 싫은 소리를 들을까봐 껄끄러웠다.


이번에는 병원 유명세보다는 후기를 꼼꼼히 찾아 읽었다. 무작정 유명한 병원 보다는 환자말에 따듯한 조언을 함께 해줬으면 했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평이 좋은 병원이 존재했다. 알고보니 내가 다니던 병원 바로 옆 건물에 위치한 정신과 였다.


"선생님, 정말 따듯하세요. 상담하다 울컥했네요"-A 환자


모 포털 사이트 방문객 리뷰에 이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기존에 다니던 병원은 의사선생님이 굉장히 유명한 정신과 출신이어서 그런지 사람이 너무 많았다. 반면 이곳은 한가하기 그지 없었다. 환자가 많으면 또 불만, 없으니까 또 불안했다. 한가한 병원에 들어서자 친절한 직원이 나를 맞이했다.


"어서오세요. 저희 병원은 처음 이신가요?"

"네, 처음이에요"

"초진이시면 몇가지 검사가 있어서요 편하신 곳에 앉아 작성해주세요"


직원이 준 태블릿을 들고 쇼파에 앉았다. 옆에 대기하는 환자는 딱 4명이었다. '아... 잘못 왔나, 왜 이렇게 환자가 없지' 불안했지만 금새 희한하게도 마음이 편해졌다. 환자가 편안하게 대기할 수 있게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보였다. 쇼파도 보들보들 너무 편했다. 병원에 깔린 음악도 너무 좋았고, 공황장애 등과 관련된 책들도 군데 군데 비치 되어있었다. 마치 까페에 온듯해 몸과 마음이 금새 편안해 졌다.


차분히 검사지를 작성한 후 음악을 들으며 눈을 감고 있었다. 피곤해서 였을 까, 편안해서 였을 까 거의 반 수면 상태로 편히 대기했다. 환자가 나빼고 4명 뿐인 데 생각보다 대기 시간이 길었다. 한명 한명 상담을 꽤 오래 해주시는 것 같았다. 왠지 곳곳에 환자에 대한 배려가 느껴져 대기가 지루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 참을 기다리니 내 이름이 호명됐다.


단정하게 머리를 하나로 묶은 40대 후반의 여자 원장님이 나를 본 후 환하게 웃어주셨다. 나는 바로 알아챘다. '여기 구나. 내가 다닐 병원이'


나처럼 소심쟁이 환자는 아무리 좋은 의술과 명성을 가진 의사보다 친절함으로 불안한 마음을 누그려뜨려 주는 의사가 최고다. 그렇게 나는 나를 도와줄 병원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