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공황장애에 걸렸을까?

나를 돌아보는 시간

by 정준

공황장애 치료를 시작한 후로 꼬박꼬박 약도 먹고, 2주에 한 번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 그렇다고 병원에만 의존하기에는 무언가 불안했다. 약에 의존하게 될 까봐 항상 경계했다. 평생 정신과약을 먹게 될 까바도 무서웠던 것 같다. 여전히 나는 불안했다.


무엇보다 스스로 무너진 나를 일으켜 세우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나를 돌보기로 했다. 내 안의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초반에는 '나는 왜 공황장애에 걸렸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던졌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무너지게 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생각해 보면 내게 공황장애는 순식간에 온 것은 아니었다. 하나둘씩 나의 흔적들을 들춰내다 보면 '아 이때부터 내가 무너지기 시작했구나', '아 이게 공황증상이었겠다' 하는 순간들이 꽤 있었다.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내가 병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악화된 것이다.


무엇보다 나는 예민한 사람이었다. 예민하다고 다 공황장애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민한 사람이 걱정을 달고 살거나 인생에서 감당하기 힘든 경험들을 몇 차례 하다 보면 병적 질환을 갖기 더 쉬운 것 같다.


나는 타고나게 예민한 기질에 걱정이 많았다. 특히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하거나 내 감정이 상하는 것보다 주변인들의 감정을 더 중요시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삭히는 데 선수였다. 그렇게 살아오다 한 번씩 무너지는 순간이 있었다.


'힘들다'는 이야기를 내 평생 친구에게도 가족에게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면서 주변 친구들이 힘들면 항상 상담해 주는 친구 역할을 자처했고, 가족들에게도 항상 스스로 척척 알아서 하는 착한 딸이었다. 그게 내 기본값이었다.


예민한 성격덕에 타인의 감정은 쉽게 알아챘다. 항상 주변사람들에게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그러면서도 나 자신의 감정은 항상 뒷전이었다. '착한 사람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살았던 것 같다. 지금 알게 된 나는 그다지 착한 사람이 아니다. 착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


공황장애를 겪으면서 좋았던 점 하나는 이제 남의 감정보다는 내 감정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점이다. 너무 내 감정을 누루고 사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지를 이제는 안다. '상대방을 배려하되 나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항상 염두하고 살아가고 있다. 나보다 중요한 것은 이 세상에 없다. 내가 나를 돌보지 못하면 결국 내 세상은 지옥이 된다.


지금 당신의 마음이 지옥이라면 친구도 남편도 가족도 신경 쓰지 말고 오롯이 나만을 위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나를 구해줄 사람은 안타깝게도 정말 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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