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산책도 등산도 까페가기는 물론 심지어 집 앞 마트 장보기도 힘들어졌다. 내가 좋아하던 모든 일상이 마비가 되었다. 사는 게 그저 무서웠다. 정말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내 인생은 정지되었다.
집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나를 남편은 자꾸 끄집어 냈다. 남편이 쉬는 휴일날 그가 산책을 권했다.
"날도 화장한 데 집에서 뭐해. 커피나 하나 사서 산책가자 여보"
내가 사는 집 바로 앞에는 천이 지나가 산책을 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평소 나는 걷기를 너무 좋아해 하루에도 기본 2만보는 거뜬하게 걸었다. 그게 나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기도 했다. 그러다 공황발작이 심해진 이후로 그렇게 좋아하던 산책인 데 남편이 나가자는 말이 무서웠다.
"나 피곤해 집에 있을 래"
"집에만 있으면 어떻게. 나가서 걷자. 응?"
"나 진짜 컨디션이 안좋아"
"집 앞에만 살짝 걷고 오자"
"더울 거 같은 데...못나가겠어"
"여보..."
"흠... 알았어"
나는 정말 산책이 가기 싫었다. 공황이 불쑥 찾아 올 것 같은 예기불안이 심했다. 차라리 산책을 혼자가다 이상신호가 오면 화장실에 가든가 하거나 쉬면 됐다. 하지만 남편 앞에서 내가 불안정한 모습이 나타나 걱정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 나가는 게 정말 싫었지만 남편 역시 나를 내버려 둘 생각이 없어보였다. 결국 근심가득한 얼굴로 남편 손을 잡고 산책을 나갔다.
날이 화창해 산책로에는 걷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풍경도 아름답고 내가 항상 걷던 길이라 익숙했다. 남편과 오소도손 이야기도 나누며 걸었지만 난 여전히 불안했다. 별로 걷지도 않았는 데 너무나 피곤하고 땀이 났다. 내가 알고 있는 화장실이나 구석진 곳을 벗어나기 시작하자 불안감은 증폭됐다. 점점 더 집에서 멀어질 수록 어지럽기 까지 했다.
"오빠 저 건너편 길 넘어가면 까페하나 있는 데 커피 좀 사다주라"
"왜 목말라?"
"응. 카페인이 필요해. 난 좀 여기 벤치에 앉아 있을 게"
남편을 급하게 커피심부름을 보냈다. 남편이 내 시야에 멀어졌을 때 난 다급하게 사람이 없는 공터로 가서 쭈그려 앉았다. 식은땀이 줄줄 났다. 한여름도 아닌 데 한 번 난 땀은 멎을 생각이 없었다. 마치 기절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살려주세요. 누가 나 좀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