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 단지 고척 스카이돔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지.
2026년부터 6년간 프로야구 LG트윈스와 두산베어스의 홈경기가 잠실 주 경기장에서 열리게 됩니다. 서울시는 2026년 잠실야구장을 허물고 2031년까지 돔 구장을 지을 계획입니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 정치적 문제, 주변 교통, 상업, 주거 지역까지 고려해야 하는 큰 프로젝트인 돔 구장. 필요한 것은 알고 있지만, 서둘러 건설하려고 하는 조바심으로 인해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여론도 있습니다.
고척돔이 돔 구장 역할을 못한다는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잠실 돔 구장과 관련하여 타당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서울시가 ‘스포츠 / 마이스 복합단지’ 계획을 발표하며 다시 잠실 돔구장 관련한 이슈가 뜨거워졌습니다.
잠실을 홈으로 쓰던 두산과 엘지는 6년간 갈 곳을 잃게 생겼고, 그렇다 보니 지금 야구계에서는 반발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게 현 상황입니다.
사실, 이 돔구장 관련한 주제가 정치 이야기를 배제할 수가 없는 터라 고민이 많기는 했지만, 야구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인 것 같아 글을 작성합니다.
다만,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메인이 아닌 ‘돔구장'과 '야구 인프라'에 포커스를 둔 이야기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실 돔구장이 굉장히 필요한 환경입니다. 일단 여름 장마철에 비로 인해 경기가 취소되는 경우가 너무 많이 발생합니다. 취소되는 경기가 많아지면서 리그 후반부에 가서는 144경기를 다 소화하려고 다소 무리한 일정으로 경기가 진행되기도 합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이상기후까지 겹치면서 비가 무지막지하게 쏟아지는 날이 많아졌고, 그로 인해 취소되는 경기 수도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결국 작년 시즌에는 역대 최다인 93경기 취소가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팬들의 관람 환경 역시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돔구장은 아무래도 시설이 갖춰져 있다 보니 햇볕, 비, 더위, 미세먼지 등 관람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많이 배제해 줍니다.
그리고 돔구장은 다목적성 용도로 활용될 여지가 많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공연 인프라 시설이 꽤 부족합니다.
타 국가에 비해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 공간 자체가 적고, 특히 이번에는 최대 5만 명의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던 잠실 주 경기장까지 노후화 문제로 인해 리모델링하게 되며 이용이 제한되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적은 좌석에 팬들의 티켓팅이 나날이 더 어려워지는 건 물론이고, 아티스트들의 공연장 자체의 예매가 쉽지 않아 졌습니다.
최근에는 해외 팝가수의 내한 공연이 불발되기도 했고,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의 너무 작은 규모의 공연이 이루어져 원성을 사기도 했습니다. 반면에 해외에서는 이미 공연을 포함한 다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돔구장에 대한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어 왔는데 왜 안 지었느냐? 사실 돔구장을 지으려는 시도들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제대로 된 돔구장을 ‘못 지은 것’에 가깝습니다.
우선, LG에서는 끊임없이 돔구장 건설에 대한 의지를 내비쳐왔습니다. 프로야구 초창기 시절인 1995년부터 LG그룹이 돔구장 건립을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96년에는 아예 LG그룹 전력산업단 산하에 LG 돔 팀까지 구성되며 돔구장을 짓기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여러 이권 다툼(축구계, 정치계)이 발생하였고,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IMF까지 터지면서 다른 집단의 반발을 무시하면서까지 독자적으로 돔구장을 짓기는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결국 1998년 LG그룹은 돔구장 신축을 전면 철회하게 됩니다.
현재는 모두가 아시다시피 고척 스카이돔이 지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고척돔 역시 완벽한 계획하에 지어진 제대로 된 돔 구장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앞뒤로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기는 하나 결과적으로 본래 아마추어 야구장의 중심이었던 동대문 야구장을 허물게 되면서 그에 대한 대체 구장으로 고척 야구장이 대두되며 고척돔 사업은 시작되게 됩니다.
이때만 해도 고척돔은 2만 석규모의 아마추어 야구를 위한 일반 구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목동야구장 주변 주민들의 조명으로 인한 수많은 공해 민원 사례를 보며 하프 돔으로 설계가 변경됩니다.
그 이후 08년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WBC 준우승 등 프로 야구의 인기를 가속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고, 그 속에서 고척돔은 졸속으로 하프돔에서 완전 돔으로, 그리고 아마추어 경기장에서 프로 경기장으로 갑작스레 전환됩니다.
시설, 교통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프로 야구장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시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고, 결국 당시 넥센 히어로즈는 의지와는 다르게 기존의 목동 야구장에서 고척돔으로 홈구장을 이전하게 되었고, 이런 갑작스러운 사업 변경은 결국 여러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쭉 지금까지의 돔구장 건설에 대한 흐름을 살펴보면, 계획부터 설립까지 무엇 하나 순탄치가 않습니다. 결국 사업이 명확한 방향성 없이 당시 정치적 상황에 좌우되면서 우리나라에는 올바른 돔구장 건설이 너무 어렵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 왜 자꾸 정치권에서는 기존 사업을 뒤집고 엎고 가만 두지를 못하느냐?
이 부분은 당연히 전임 의원과의 가시적인 변화를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들은 4년 안에 뭐라도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에 따라 경쟁적으로 국민을 위한 더 나은 사업들을 구상할 수 있기도 하지만, 이건 앞서 살펴봤듯 돔구장 사례에서는 독이 되고 있습니다.
돔구장은 성과로 봤을 때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소재입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사업 구상 과정에서 그 목표가 과도하게 잡히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목표가 과도해지다 보니 실제 시공에는 문제가 따르기 마련이고, 결국 하자가 있는 구장이 생기거나 아예 시공 자체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설계가 바뀌거나 일정이 미뤄지는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장기적인 사업에서 협의의 주체가 자주 바뀌는 것 역시 독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잠실 돔구장의 경우에는 특히 기존의 두 팀이 홈구장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협의의 주체가 바뀌면서 사전에 이야기됐던 협의 사항들(ex. 대체 구장)이 후에 가서 뒤집히는 경우가 생기고는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전에 고척돔이 이런 흐름으로 흘러갔는데, 지금 잠실 돔의 흐름이 역시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어서 이번에도 혹시 비슷한 문제점들이 대두되지 않을지 걱정하는 팬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스포츠 인프라가 많이 필요한 것은 명백합니다. 빈약한 인프라는 팬들을 떠나보내고,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며 결국 한국 스포츠의 위기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인프라는 개인의 힘, 혹은 한 단체의 힘만으로는 이루어낼 수 없습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최선의 방안을 강구하고, 최대의 이익으로 국민에게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인프라는 단순히 ‘야구팬’이 아닌 그보다 더 큰, 더 미래의 집단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도시적인 관점에서는 이 인프라가 하나의 랜드마크가 되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중심이 될 수도 있고, 후대의 사람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근간이 되는 인프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우리뿐만 아니라, 공간을 누리고자 하는 다른 사람들, 그리고 다음 세대의 사람들을 위해 안전하고 온전한 인프라를 만들어 나가는 것 역시 필요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 함께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의식이 동반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순간의 지지표를 위한 깊은 사유 없는
휘발성 정책/사업이 아닌,
시민들이,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미래에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모든 사업이 고려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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