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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쿡 Jul 09. 2024

또다시 정치판의 장기말로 │ 롯데 자이언츠 사직 구장

사직 야구장 재건축과 정치

부산 갈매기~ 부산 갈매기~ 너는~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이 노래, 야구 도시 부산의 팀 롯데 자이언츠에서 자주 들리는 노랫소리이다.


갑자기 생뚱맞게 무슨 응원가냐. 오늘 할 이야기가 롯데의 사직 구장과 관련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롯데자이언츠는 82년 창단해 40년 넘게 팀명이 바뀌지 않고 가장 오래된 구단 중 하나로 명성 있는 구단이다.

 

그에 반해 야구장은 86년도에 첫 경기가 치러졌으며,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64년 개장)와 서울종합운동장 야구장 다음으로 가장 노후화된 경기장을 사용하고 있다.


롯데 사직 구장


대전은 이제 내년부터 새로운 야구장에서 경기를 할 예정이고, 잠실은 수많은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간에 내년부터 기존 부지에 새로운 야구장을 짓게 되면 사직 야구장이 이제 가장 오래된 구장이 된다.

 

사실 이렇게 오래됐으면 새로 지을 법도 하고 간간히 새 구장을 짓는다는 얘기가 돌곤 하는데, 부산은 왜 아직까지 새로운 구장을 짓지 못하고 있는 걸까?

 

롯데 자이언츠 사직 구장의 역사

 

우선 사직야구장의 역사를 짤막하게 살펴보자면, 사직야구장은 85년 완공하여 86년부터 롯데자이언츠 홈구장으로 사용되었다.

 

건설 당시 일본의 ‘요코하마 스타디움’ 구장을 모티브로 야구, 축구 등 다양한 종목이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다용도 종합운동장으로 설계되었다. 실제로 완공된 몇 년 간은 설계 당시 계획대로 다양한 종목이 활용되었고.

 


그리고 08년도 구장 관리를 롯데 자이언츠로 이관 및 위탁하면서 본격적으로 야구 전용구장으로 변모하게 된다.

 

그 이후 롯데 자이언츠에서는 야구장 시설을 보수 및 교체하며 남부럽지 않은 야구장을 만들기 위해 힘썼으나, 애초에 야구 전용구장으로 지어진 게 아니다 보니 시설 관련한 여러 이슈들은 계속해 터져 나왔다.

 

실제로 강백호, 심창민 선수를 비롯해서 선수들이 경기장 시설로 인한 사고가 나며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이렇듯 여러 사건사고를 겪으며 사직야구장은 재건축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특히, 민간 기업과의 협의를 통한 건설 외의 정치권 공약들이 쏟아져 나왔다.

 

정치판의 장기말 사직 야구장

 

타임라인으로 살짝 살펴보자면 사직 구장 공약은 다음과 같다.

 

2006년 지방선거 오거돈 후보의 ‘돔구장 건설’ 공약
2010년 허남식 후보의 돔구장 건설 공약
2014년 지방선거에 서병수, 오거돈 후보의 돔구장 건설 공약

 

선거철만 되면 부산의 야구장 건설 공약은 국룰이 되어버렸다.

 

물론 실질적인 논의가 이루어진 케이스들도 있기는 하다.

 

15년 2월에는 신동빈 롯데 회장과 당시 서병수 부산 시장이 만나 북항 돔구장 건설에 대한 논의를 공식 석상에서 진행하며 긍정적인 이야기가 오갔었다. 결과적으로는 수면 아래로 사라졌지만.

 

뿐만 아니라 2018년, 당시 부산 시장이었던 서병수 시장이 부산 지역 동서대학교 외부 용역을 통해 작성한 ‘종합운동장 야구장 중장기 발전 마스터플랜 수립’에 대한 결과를 브리핑하며 개폐형 돔구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시장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한 공약이었고, 당시 보고서의 내용 자체도 부실했을 뿐만 아니라 용역 금액이 9,500만 원, 거진 1억 원의 비용이 들은 용역 보고서였다.

 

더욱이 다음 선거에서 오거돈 후보가 시장이 되면서 이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만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며, 팬들은 자연스레 정치인들이 야구를 표심 잡기로 이용해 먹을 뿐이라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창원 NC 파크, 잠실 돔 구장에 이은 사직 구장까지.
스포츠는 언제까지 정치판의 장기말로 쓰여야 하는가.


그럼 이제 신축 구장 순탄하게 생길 일만 기다리면 되는 거 아니냐! 싶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다.

 

일단, 내구연한(건축물 내구도를 산정하여 내구연한을 넘기지 못하면 재건축 대상이 되지 못함)이 재건축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서 사직 야구장의 재건축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존재한다.

 

물론 내구연한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서 기타 법령 및 규칙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 이 역시 정치적 입김이 중요하다.

 

그래서 사직 야구장의 정책적 타당성은 윤석열 정부가 사직 야구장의 재건축을 지원하겠다는 발언에 큰 영향을 받아 재건축 필요성이 인정되는 특이한 케이스가 되었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감독 선임부터 연임 제한 철폐까지 시도하는 축구부터 야구장 건설을 항상 정치에 이용하는 야구까지, 스포츠는 항상 그 존재의 목적과는 다르게 정치에 이용당하는 처지에 있다.

 

마치 선하고 착한 모범생, 학급 위원들이 일진들의 전교 회장 출마에 이용당하는 꼴이랄까.





에디터쿡의 야구 콘텐츠는 유튜브 채널 야인시대 (Yain Baseball)와 함께 합니다. 더 전문적이며, 다양한 야구 관련 영상을 시청하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채널 방문 부탁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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