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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졍 Jul 04. 2020

참을 수 없는 글쓰기의 가벼움

 

글을 쓴다는 것은 내게 부담감을 안겨주는 일인 동시에 해소감과 해방감을 주는 일이다. 글 쓰는 것에 부담감을 느낀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글을 쓴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사적인 일기를 쓸 때는 나만의 기록으로 나만 볼 것이므로 잘 쓰고 못 쓰고의 기준이 필요하지 않다. 개인적인 감상이나 단상 혹은 일상의 이야기 등을 부담 없이 적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일기를 쓸 것이 아니라면 결국은 누군가에 보여주기 위한 글을 쓰게 된다.

  글쓰기에는 여러 범주가 있겠지만 SNS 시대가 도래하면서 요즘 같은 시대에는 블로그에 글을 올리거나 가볍게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에 사진 한 장과 단 두 줄이라도 글을 쓰게 되는데 이런 일련의 글을 업로드하는 것도 글쓰기의 범주 안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플랫폼 덕분인지 몰라도 글을 통해 나를 드러내는 일이 잦아지면서 예전보다는 글을 쓰는 일에 대한 부담이 적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벼움 뒤에는 책임감도 항상 같이 따라다닌다. 글 한 문장으로 나의 이미지가 결정되기도 하고, 가치관이 드러나기도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는 타인의 글을 보면서 사소하게는 단어의 선택이나 맞춤법의 오류 등으로 그 사람을 판별하는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이런 기준이나 생각 덕분에 (?) 여러 번 퇴고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단 두 줄이라고 할지라도 몇 번의 퇴고의 과정을 거친 후에야 완성된 글을 써서 올린다. 맞춤법이 틀린 단어를 쓰진 않았는지, 혹은 적확하지 않은 표현을 쓰지는 않았는지, 문맥이 올바른지 등을 따져가며 여러 번 읽어보고 검토한 후에 글을 업로드한다. 이런 습관 때문에 항상 느리게 글 한 편을 완성한다. 쓰면서도 계속 고치고, 문장의 구조도 계속 바꿔가며, 문맥에서 튀는 문장은 없는지 등을 고려하며 쓰다 보면 한 페이지를 쓰는데도 2-3일 거뜬 히 걸릴 때도 많다.

 한 번은 친구에게 ‘너는 너무 글을 고쳐 쓰는 데에 시간을 많이 쓴다’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이건 아마 티끌만큼의 오점이나 결함을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 성격 때문 일 수도 있고, 한 번에 매끄럽게 글을 써 내려가는 능력이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마도 단언컨대 이 습관은 평생 고치기 힘들 것 같다. 그 이유는 글이 주는 힘을 믿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때 논술학원 선생님께 들은 이야기가 정말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 그 이야기는 바로 이것이다. 선생님이 학생인 시절에 담임선생님에게 무엇인가 상처 받을 말을 들었는데, 그 말 한마디 때문에 당시에 ‘나는 절대 선생님이 되지 말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하셨다고 했다. 선생님이 가지는 권위는 학생들에게 굉장히 크기 때문에 그 권위 있는 사람의 말 한마디가 가져오는 영향력이나 여파는 실로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권위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화자와 청자 사이에도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고 하는 것처럼 타인을 고려하지 않고 던진 말로 한 사람의 인생도 바꿔놓을 수도 있다. 그때 논술 선생님은 그 경험을 통해서 그만큼 말 한마디가 주는 힘이 어마 무시하다는 것을 알게 되셨던 것 같다. 결국 그 결심이 무너져 좋은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주어지는 행운이 있었지만, 하마터면 그 논술 선생님의 학창 시절 선생님 때문에 나는 좋은 선생님과 공부할 기회를 영영 놓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아찔하기도 하다.

 이 이야기가 단지 ‘말’이라는 사례에만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똑같이 글쓰기에도 적용해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책에서 읽은 좋은 구절이 가치관을 바꾸기도 하고, 삶의 방향을 바꿔주기도 한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더군다나 말은 뱉으면 사라져 버리지만 글은 어떤 형태로든 지면이나 화면으로 남기 때문에 그 힘이 더 강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말이 뱉자마자 사라진다고 해서 막 뱉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런 글의 힘을 알기 때문에 항상 글을 쓰면서 타인을 고려하며 누군가에게 불편한 글은 아닌지, 부정확한 표현을 쓰진 않았는지, 내 사고나 사유, 가치관에 위배되는 글을 쓰진 않았는지 항상 스스로 검열하며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글을 보여주는 형태도 다양해졌고, 글이 퍼지는 속도도 빨라져 그만큼 독자도 늘어난 세상에서 글쓰기는 절대 가볍게 여겨져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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