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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을 한 출판사에 무단 도용 당했습니다

by 유수진
생각해보니 무단 도용은 쉬운 일입니다


8월에 쓴 글 <10년 동안 책 670권을 읽으면 일어나는 일> 을 시**라는 출판사에서 발행하는 <가****>에 무단도용 당했습니다. 12월인 지금까지 매일 일일 조회수가 3,000회를 넘고 있을 만큼 많이 공유되고 있는 글인지라, 간간히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며 공유되고 있는 곳을 찾아보고 있었는데, 제가 기고 요청을 허락하지 않았던 출판사를 출처로 한 블로그에 업로드 된 것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해당 글의 댓글을 통해서도 기고 요청을 했었고, 브런치 제안하기를 통해서도 제안을 해왔지만 제 글의 결과는 맞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답변을 하지 않았던 곳입니다.


잠깐의 휴식이 더 급급한 요즘, 이런 일을 뒤집어쓰고 나니 온몸에 힘이 빠지고 일상에 타격을 입을 만큼 무기력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저를 포함한 모든 작가님들의 글이 또다시 똑같은 방법으로 무단 도용 당할 수 있다는 위험을 느껴서입니다. 무단도용. 말로만 많이 들어봤지, 직접 당하니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순간 너무나 당황스러웠습니다.


워낙 정보가 많지 않은 곳이라 근원을 찾기 쉽지 않았고, 몇몇 블로그에 수소문했습니다. 신고를 먼저 해야 할까, 아니면 오프라인 잡지(증거)를 먼저 찾아야 할까 고민하다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였는지 직접 전화부터 해봐야 속이 시원하겠다는 생각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실수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다른 작가와 혼동했다고요. 저는 모든 사람은 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웬만한 잘못이 아닌 이상 눈을 감고 넘어가는 편에 속합니다. 바보 같게도 휴대폰 너머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는 마음이 약해져 괜히 전화를 걸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브런치 작가님들이라면 아시다시피 브런치 글은 본인의 글이 아니면 복사+붙여넣기가 되지 않습니다. 직접 타이핑을 쳤다는 뜻입니다.


저는 공식적인 사과문을 원했지만 1월호는 이미 제작에 들어가서 2월호에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올해 안에 더 빠른 공식적인 사과를 원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내용을 정리해 다음날 다시 전화를 달라고 했지만 다음날 받은 답변에는 달라진 점이 없었습니다. 보상금을 주겠다고 했지만 그의 10배를 줘도 받을 생각이 없을 금액이었고요. 제가 가장 화가 난 부분은 사과 방식이었습니다. 이 글을 포함해 최선의 대응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결정적인 부분입니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무단 도용은 생각보다 굉장히 쉬운 일입니다. 오프라인으로 제작되는 데다가 한정된 곳에 배포되는 잡지라면 제 글을 도용했는지 어쨌는지 쉽게 알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이다음에 또 제 글을 가져다 써도 모를 수도 있습니다. 굳이 찾아보지 않는다면요. 지금 제 주변엔 생산적이고 재미있는 일들이 많기 때문에 한편으론 고민도 됐습니다. 이 일에 대응하는 데 제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이 과연 저에게 도움이 되는 일 일지를요. 적당히 합의하고 생산적인 일에 시간을 쏟는 것이 정신 건강에나 저의 소중한 시간에게나 더 나은 선택일지도 모르니까요.


그래도 두 번은 어렵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계속 글을 쓸 사람으로서 그래도 두 번은 어렵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이곳뿐만 아니라 무단 도용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요. 그래서 생산적이고 재미있진 않을지라도 저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의미깊은 일을 먼저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허락받지 않은 타인의 글을 마음대로 쓰지 마세요.


무척 피곤한 밤입니다. 모두의 글이 안녕하기를 바랍니다.

직접 잡지를 찾아 사진을 촬영해 보내주신 블로거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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