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터, 정철의 <카피책>에서 뽑아본 카피라이팅 기술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고 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문예창작학과가 뭘하는 과인지 잘 모른다.
문헌정보학과와 헷갈려하기도 하고, 원예학과 같은 곳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문예창작학과는 시나 희곡과 같은 것을 창작하고 공부하는 곳이다.
흔한 과는 아니라 어떻게 그런 과에 지원할 생각을 했냐 묻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시 창작하는 시간을 지루하게 느끼는 친구들과 달리 시 창작을 즐겼고,
편지쓰는 것을 참 좋아했다. 남들이 잘 안 쓰는 단어를 조합하고 싶었고,
그런 낯선 조합으로 사람들을 웃기거나 놀라게 만드는 게 재미있었다.
그런 성향이 지금의 직업이 되었다. 현재는 좀 더 다양한 일을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글쓰는 일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회사원 대부분이 나처럼 글쓰는 일이 업무의 대다수일 것이다. 메일부터 보고서까지, 컴퓨터 상에서 오고가는 업무들이 많다보니 직장인에게 '내 생각을 글로 잘 정리하는 능력'은 필수다.
내 생각을 글로 잘 정리하려면 기본적으로 글을 잘 써야 한다. 그리고 글을 잘 쓰려면 짧은 글부터 잘 쓸줄 알아야 한다. 긴 글을 주저리주저리 무슨 말인지 모르게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짧은 글은 아예 쓰지 못한다. 짧게 말하면 자신의 생각이 잘 전달되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에서 쓰이는 대부분의 글, 예를 들어 메일이나 보고서의 경우도 분량이 긴 것보다는 짧고 간결한 것이 좋다. 업무 요청 메일을 쓰는데 써야 할 내용이 너무 많다면? 넘버링을 해서 각 번호 안에 해당하는 내용을 최대한 짧게 줄인다. 그러면 글이 조금 길어지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짧게만 쓴다고 긴 글보다 더 잘 쓴 글은 아니다. 최대한 짧은 글에 모든 핵심을 압축해서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처음엔 3시간이 걸리던 업무가 적응이 된 후부터는 2시간으로, 1시간으로 조금씩 줄어들면서 일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같은 뜻이면 짧을수록 좋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카피라이팅부터 연습해보기를 추천한다. 카피라이터, 정철의 <카피책>에서 뽑아본 카피라이팅의 기술을 알아보자.
카피 쓸 땐 연필로 쓰지 말고 송곳으로 쓰라고. 두루뭉술하게 쓰지 말고 송곳으로 콕콕 찔러 쓰라고. 무딘 카피는 허파를 건드려 하품이 나오게 하지만 뾰족한 카피는 심장을 찔러 탄성이 나오게 한다고. 심장을 깊숙이 찌르려면 송곳을 쥐고 카피를 쓰라고
글은 흔하고 무딘 말로도 쓰일 수 있지만, 카피라이팅은 절대 흔하고 무딘 말로 쓰일 수 없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사람들이 단 3초만에 이해하고,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후킹해야 한다.
2016년 겨울쯤, 회사에서 모바일 앱 개발 교육 프로그램이 새로 시작되었다. 이 교육 프로그램의 카피를 뽑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왔고 나는 담당자분께 우선 이 교육의 강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 교육은 취업을 코앞에 앞둔 대학생들이 불필요하게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짧은 시간 안에 핵심적인 내용을 집중해서 배울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었다.
짧은 시간 안에 집중해서 배운다, 이 점을 살려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으로 쓰게 된 카피.
그렇게 해서 나온 카피가 '짧고 굵게'였다.
저희 교육은 짧은 시간 안에 정말 핵심적인 내용만 집중해서 배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비 개발자 대학생 여러분, 우리 겨울방학 동안 정말 훌륭한 튜터님들과 탄탄한 커리큘럼으로 공부해서 내년엔 꼭 취업 성공합시다!
라고 구구절절 글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이 모든 말이 '짧고 굵게'라는 카피에 담겨져 있으니까. 구구절절한 글은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자세하게 써두면 된다.
말장난으로 재미를 주면서도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은 글을 생산하십시오.
남의 눈을 의식하는 것이 괜한 걱정, 괜한 엄숙주의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말장난과 절묘하게 연결한다면
그것도 훌륭한 크리에이티브가 됩니다.
나는 얼마 전까지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주로 사용하는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를 홍보하는 일을 주로 맡아서 진행했다. 서비스 주 타깃이 초등학생과 중학생이다보니, 학부모 분들도 읽는다고 하더라도 학생에게 쓴다는 생각으로 홍보글을 쓸 때가 많았다.
2016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페이스북에 가볍게 크리스마스 인사를 올리고 싶었다. 아무래도 교육 서비스다보니 유머러스한 글을 올릴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크리스마스와 같은 기념일이라면 한번 도전해볼 만했다.
그리하여 만들어낸 말장난 해시태그.
#엔트리스마스 #블록쌓아트리 #루돌프사슴코_딩
'엔트리' 뒤에 크리스마스의 '스마스'를 이어붙여 '엔트리스마스'
블록을 쌓듯이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엔트리를 떠올릴 수 있는 '블록쌓아트리'
루돌프 사슴코 뒤에 '딩'을 이어붙여 coding 을 만들어낸 '루돌프사슴코_딩'
가벼운 장난처럼 툭툭 튀어나왔다면 좋았겠지만
크리스마스와 어울리면서도 우리 서비스가 잘 나타나도록 만들려고 깨나 고민을 해서 탄생한 해시태그다.
크리스마스날 사람들에게 작은 신선함이라도 줄 수 있었다면 그걸로 충분히 만족스럽다.
edityo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