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개의 문자를 보낸다는 마음으로 쓰기

카톡 보내듯이 쓰지 말고 문자 보내듯이 쓰자

by 유수진

카카오톡이 없던 시절, 우리는 문자를 주고받았다. 지금은 말풍선을 보내는 만큼 돈이 결제되지 않지만, 그 시절엔 문자를 보내는 만큼 '알'이 소진되었다. 청소년들에게 한 개의 문자를 보낼 수 있는 알 2개는 무척이나 소중한 것이었고 알이 다 떨어져가는 월말이 되면 문자 하나를 보내는 데에도 신중을 기울이게 됐다. 띄어쓰기는 사치, '^^' 과 같은 이모티콘도 두 번 이상 쓰기 어려웠다. ㅋㅋㅋ은 ㅋ으로 충분했다.


알을 충전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웬만해선 충전하지 않았다. 없으면 없는 대로, 아껴쓰는 게 좋았다. 누군가는 나와 소통할 수 없는 게 답답해서 자신의 알을 주겠다고도 했지만 거절했다. 남은 문자를 어떻게 써야 더 알차게 쓸 수 있을까, 누구에게 쓰는 게 좋을까 고민하며 내게 주어진 Byte를 꽉꽉 채우고, 덜 필요한 말을 삭제하는 일이 좋았다.


카카오톡이 생긴 후 우리는 알 걱정 없이 마음껏 떠들 수 있게 되었지만, 반대로 너무 불필요한 말들까지 하면서 살게 된 건 아닌가 싶다. 가급적 더 함축적이고 더 좋은 말을 골라서 쓸 필요가 없으니까. 하나의 문자에 하고 싶은 말을 꾹꾹 눌러담던 때에 비하면 우리의 대화는 너무 가벼워져버린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쓸 때도 '카톡'을 보내듯 쓰지 않고 '문자'를 보내듯 쓰려고 한다. 그것도 딱 한 개의 문자가 남았다는 마음으로. 불필요한 말은 덜어낼 수 있을 만큼 덜어내되, 오해를 만들지 않도록 쓰는 것이다. 만약 이 글이 내가 쓸 수 있는 마지막 글이라면 다음 글을 쓰지 못할 테니 독자의 입장에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완벽한 한 편의 글을 써야 하는 것이다. 딱 한 개의 문자를 보낸다는 마음으로 꾹꾹 눌러 담아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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