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년차 박정현의 신인 마인드

1편보다 나은 2편을 만들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by 유수진
언젠가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는 마르셀 브로이어의 컨템퍼러리 의자를 몇 차례에 걸쳐 들여와 기획전으로 판매한 적이 있다. 아마 오리지널 빈티지를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판매되었던 까닭에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인기에 힘입어 더 많이 판매할 수도 있었을 텐데 김지윤 대표는 의자가 유행하는 것을 염려해 기획전을 그만 열기로 했다. 무언가 유행한다는 것은 언젠가 그 유행에 끝이 있다는 것이고, 그렇게 유행이 지난 의자들은 또 어딘가에 버려지기 때문일 것이다. - 임태우, <바다의 마음 브랜드의 처음> 中


어떤 작가가 첫 번째로 출간한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문장 하나하나 심혈을 기울여 쓴 것이 온전하게 느껴져 나의 부족한 필력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됐다. 그리고 머지않아 두 번째 책이 출간돼 기대감을 갖고 살펴봤다. 나쁘지 않았지만 첫 번째 책 보다 감탄할만한 부분이 별로 없었고 어딘가 아쉬운 느낌이 찝찝하게 남았다. 그리고 세 번째 책이 반가워할 틈도 없이 출간됐다. 첫 번째, 두 번째 책과 너무나도 비슷한, 거기서거기인 실망스러운 책이었다. 연초마다 쏟아지는 트렌드 관련 책도 마찬가지다. 2015, 2016, 2017, 숫자만 1 씩 늘어날 뿐, 작년의 트렌드와 올해의 트렌드를 비교했을 때 달라진 부분을 딱히 찾을 수가 없다.


한 번 성공을 맛보면 그 성공을 이루기 위해 실행한 방법에만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무언가를 또 비슷하게 만들어내면, 똑같이 열광하고 좋아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내가 시리즈물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한데, 1편보다 나은 2편을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해 시청률 고공행진을 누린 몇몇 배우들은 한 가지 이미지만을 고수하다 언젠가부터 브라운관에서 만나볼 수 없게 됐고, '힐링'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눈물이 나오던 몇년 전, 줄기차게 '힐링'을 전파하던 강연자들이 설 무대는 이제 넓지 않아 보인다.


앞서 만들었던 것이 운이 좋게 유행의 흐름을 잘 탔거나 혹은 유행을 선도했다고 해도 거기에 머물러선 안 된다. 물론 성공의 흐름을 이용해 한 두 번 더 달콤한 성공을 맛볼 수도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이라면, 앞서 만들었던 것보다 더 나은 것을 만들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것이 직장인에겐 기획서나 보고서가 될 수도 있고, 웹툰 작가에겐 웹툰이 될 수도 있고, 가수에겐 앨범이 될 수도 있다.


나에겐 그것은 '글쓰기'다. 매주 한 두 편씩 글을 쓰고 있는 나의 바람 중 하나는 지난 글보다 더 나은 글을 쓰는 것이다. 특유 색깔은 가지고 있되, 항상 신선하게 느껴졌으면 한다. 더 나은 글의 기준은, 나 스스로에게 주는 점수도 있지만 독자들이 매겨주는 좋아요 수, 댓글 수, 공유 수만큼 정확한 척도는 없다. 글을 쓰는 한, 독자들의 피드백을 받는 일은 절대 질릴 일이 없다.


얼마 전 다녀온 가수 박정현의 콘서트에서 박정현씨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녀는 콘서트를 할 때마다 가장 고민되는 것이 '선곡'이라고 했다. 매번 사람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노래만 부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구성하면 자신의 콘서트를 또 찾아오는 팬들은 콘서트를 즐기는 재미가 덜해질 것이다. 내가 참석한 콘서트에서도 그녀는 대다수의 곡을 새롭게 편곡해서 불렀고, 몇몇 유명 곡들에 가려져 빛을 발하지 못했던 곡을 꺼내 선보였다. 그녀는 무대를 마칠 때마다 마치 무대에 처음 서는 신인처럼 관객들에게 "이렇게 바꿔봤는데 어떠셨어요?", "이 곡 어떠셨어요?"라고 물었다. 그녀가 왜 데뷔 20년차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는지 충분히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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