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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Oct 28. 2018

너의 열정은 나의 열정이 되고

나의 마음과 행동은 나에게서 그치지 않는다

people love what other people are passionate about. You remind them of what they forgot.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열정에 끌리게 되어 있어. 자신이 잊은 걸 상기시켜주거든.
- <라라랜드> 중에서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휴대폰으로 SNS를 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던 어느 날, 책을 보는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흔들리는 지하철에서 두꺼운 책을 한 손으로 들고 읽는 그의 눈빛은, 지하철의 흔들거림이나 주변 사람들의 소음 따위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였다. 그 후로 나는 '기껏해야' 20분이라고 생각했던 출근길을 이용해 '충분한' 독서를 즐기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꼭 대단한 사람의 이야기에만 가슴이 떨리는 건 아닌 것 같다. 퇴근 후 시간을 이용해 짬짬이 제빵 기술을 배워 주변 사람들에게 직접 만든 케이크를 선물하거나, 자신이 공부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 매일 블로그에 정리해 올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미지근했던 내 일상은 잠시나마 뜨겁게 달궈지곤 한다. 그들은 나로 하여금 소파에 몸을 내던지고 싶은 욕망에 브레이크를 걸고, 한 글자라도 더 글을 쓰고 싶게 만든다.   

     

이처럼 다른 사람으로부터 열정을 얻어 살던 내가, 최근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몇 번 들었다. 내가 쓴 글을 읽고, 글이 쓰고 싶어졌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들의 말이 다시 또 나로 하여금 좋은 글을 쓰고 싶게 만들어주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우리의 열정은 무한히 복잡한 연결망 속에서 얽히고설켜 더 나은 사람으로,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도록 설계된 것이 아닐까?


열정이나 애정과 같은 사람의 마음은 전파의 힘이 강하다. 그러니 열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면 열정적인 사람을 가까이 두는 것이, 긍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면 부정적인 사람을 피하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 주변 사람들과 나의 연결도 우연에만 그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서로를 닮고 싶은 마음이 끌고 당겨서 '우리'라는 관계를 만들었으니 더욱더 귀중하고 묵직한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나의 마음과 행동은 나에게서 그치지 않는다.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 글은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에 수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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