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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Dec 23. 2018

가는 글이 고와야 오는 댓글이 곱다

[독자 반응에 집착하기]  


작가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독자 반응에 집착하기]


나는 집착이 좀 심합니다. 당신에게 연락이 왔는지 안 왔는지 줄기차게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내가 보낸 메시지에 어떤 반응을 나타낼지 궁금해 죽겠습니다.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당신은 바로 독자입니다. 발행한 글에 새로운 댓글이나 '좋아요'가 뜨면 택배라도 온 것마냥 기분이 들떠요. 글에 따라 반응이 많을 때도 있고 적을 때도 있는데 반응이 없을 땐 마음이 적적합니다. 이번 글이 왜 당신에게 제대로 가닿지 않았을까 문제점을 찾고 분석하죠.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왕이면 예쁘고 고운 말을 써야 나도 예쁘고 고운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겁니다. 머리 스타일을 바꾼 나에게 누군가가 "잘 어울리네요"라고 하면 나도 그 사람의 예쁜 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게 돼요. 반면에 "왜 잘랐어요?"라고 하면 나도 그 사람이 왜 했나 싶은 것을 찾고 싶어지지 않겠습니까. 삐딱하게.


글도 비슷합니다. 이왕이면 상대방이 읽고 싶은 글을 읽기 좋게 써야 듣고 싶은 말을 들을 수 있어요. 댓글을 쓰고 안 쓰고는 오로지 독자의 선택이지만 확실한 건 댓글을 남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겁니다. 댓글도 글로 쓰는 표현이기에 수고로움이 들거든요.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많이 공감되네요' 라는 댓글을 보면 좋아서 환장하는 나 역시 부끄럽게도 남의 글에 댓글을 많이 남기지 못하고 있어요. 다른 사람의 글을 통해 많은 영감을 얻는 나로서는 반성해야 할 일입니다.  


수고로움을 감수하고서라도 나의 글을 잘 읽었다고 표현해주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낍니다. 더 많이 듣고 싶은 만큼 더 자주, 더 많은 글을 쓰고 싶어져요. 이름도 나이도 사는 곳도 모르는 익명의 당신은 나에게 응원을 보내주었고, 그 응원은 나를 작가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이 고마움을 어찌 다 표현할까요. 당신이 또 수고를 감수하고서라도 댓글을 남길만큼 좋은 글을 쓰는 수밖에요.


작가로 사는 동안 나는 당신에게 계속해서 집착할 겁니다. 집착하는 사람은 찌질하고 매력없어 보인다던데, 그럼 좀 어때요. 당신을 움직이는 글을 쓸 수 있다면 찌질함이라도 겸허히 감수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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