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100의 완벽함

완벽하리라 믿었던, 완벽하지 않은 100번째 글

by 유수진

올해 100개의 글을 채우겠다고 다짐했던 건, 습관적으로 '100'을 외쳤을 뿐, 큰 의미는 없었다. '올해 98개의 글을 쓸 거야!'라고 하면 어딘가 이상하니까. 딱히 근거는 없지만 17이나 54 같은 숫자를 보면 어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은 아쉬움이 느껴지는 반면, 100은 '해냈다', '채웠다', '이뤘다'와 같은 성취감을 느끼게 하니까.


연인과 만난 지 100일이 되는 날엔 백년해로라도 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수능 시험이 100일 남은 날엔 팽개쳐둔 교과서를 다시금 부여잡은 채 안 하던 공부를 하고, 통장에 100만 원을 처음 채운 날엔 세상에서 가장 돈이 많은 부자가 된 것 같다. 그러나 숫자 100이 무너지면 달콤했던 짧은 이벤트도 끝이 난다는 걸 몇 번의 경험을 통해 깨달으면, 숫자 100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어진다.


만난 날이 101일이 되는 순간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오고, 시험이 99일 남은 시점에는 또다시 공부가 하기 싫어지고, 통장에 채워진 100만원은 밥 한 끼를 먹는 순간, 금세 두 자리 숫자로 바뀌어버린다. 즉, 숫자 100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고 '백'이라는 발음처럼 완전해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가장 불완전한 숫자이다.


내가 완벽하다고 믿었던 것이 비단 숫자 100뿐이었을까. 한껏 완벽하게 멋을 냈다고 믿은 날 스타킹의 올이 나가 있거나 딱 한 모금 마신 음료수를 하얀 셔츠에 흘리는 것처럼, 내가 믿었던 완벽함은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무너질지 모른다.


그러니까 완벽하다고 믿을 필요도, 무너진 완벽함에 좌절할 필요도 없다. 애초에 내가 믿었던 100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늘 그랬듯이 101번째 글을 써내려가면 된다. 완벽하리라 믿었던, 완벽하지 않은 100번째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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