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쓰고 싶다면? 지우세요

카피라이터, 정철의 <카피책> 두 번째 이야기

by 유수진

카피라이터, 정철의 <카피책> 두 번째 이야기는 '지우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초벌 카피를 쓸 땐 하고 싶은 얘기를 충분히 쓰십시오. 그런 후 충분히 걷어 내십시오.


나는 나름 자주 글을 쓰는 사람인데도 유난히 한 문장, 한 문장이 거슬리고, 자꾸만 뒷문장을 되돌아보게 되는 날이 있다. 한 문장 쓸 때마다 검토를 하면서 몇 시간 동안 10문장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글 안에서 빙빙 돈다.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쓰려고 하면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마치 한 걸음 걷고 신발 밑바닥 닦고, 한 걸음 걷고 신발 밑바닥 닦는 격이다. 그래가지고 오늘 안에 동네 슈퍼라도 갈 수 있겠나.


카피를 쓰거나 글을 쓸 때는 누가 볼까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쭉 써내려 가야 한다. 뒤에서 누가 쳐다보지 않는 이상 아무도 내 초안에 대해 떠들 사람은 없다. 뒤에서 쳐다본다고 해도 잘 안 보인다. 뒤에서 쳐다봤다고 해도 내가 쓴 초안에 아무도 관심이 없다.


완벽한 문장을 쓰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내고 쭉 써내려 가다보면 어느새부턴가 몸에 리듬이 생긴다. 어깨를 들썩들썩 거리며 손이 머리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다 어느새 마지막 마침표에 도달한다. 마침표에 도달한 순간 끝이냐고? 아니, 이제 시작이다.



'쓰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안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아마도 보도자료와 블로그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지우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많이 느끼게 된 것 같다.


보도자료는 핵심을 잘 드러내고 전체적으로 깔끔해야 한다. 처음엔 핵심을 더 강조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무엇보다', '더욱', '최고'와 같은 말들을 써주었는데, 이런 말들을 덧붙이니 깔끔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반대로 군더더기들을 덜어내보았다. 비교적 덜 중요한 내용을 덜어냈더니 핵심이 더 눈에 잘 띄었다. 검은 돌 옆에 흰 돌을 놓아주면 검은 돌이 더 까맣게 보이듯이.


블로그 글의 경우, 긴장감없이 일기쓰듯 편안하게 써내려가다보니 불필요한 말들이 많아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특히 '나는' 이나 '그리고', '그런데'와 같은 접속사를 남발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블로그 글의 초안을 다 쓴 후에는 최대한 '나는'과 접속사를 지우는 작업을 한다. 현재 이 블로그 글이 발행되기 전 지워진 '나는'과 접속사는 몇 개일까.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지워낸 후의 글이 이전의 글보다 훨씬 깔끔해지고 더 쉽게 읽힌다.


예쁘게 화장을 하는 것보다 깨끗이 클렌징을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지 않던가.

글을 다 썼다면 이제 지우개를 쓸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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