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CBO 장인성 저자의 <마케터의 일>, 첫 번째 이야기
2016년 1월부터 홍보/마케팅 일을 시작한 후로 홍보/마케팅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면 모든 것을 파헤치기 시작했습니다. 정보를 찾다보니 정보들에서 얻을 수 있는 공통점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공통점은 "마케터가 하는 일은 수백만 가지다" 였습니다. 마케터가 하는 일에는 정해진 것이 없다는 뜻이죠. 즉, 누구나 마케터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네요.
이 일을 시작한 후로 항상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었던 것 같아요. 기획 강연도 들어야 할 것 같고, 일러스트나 프리미어와 같은 툴도 배워야 할 것 같고, 구글 애널리틱스도 잘 다뤄야 할 것 같아요. 기획도, 제작도, 분석도 다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욕심이죠. 가끔 제 욕심에 (욕심만큼 하지도 않으면서) 눌려 오히려 모든 것을 다 놓아버리기도 해요. 그렇게 갈대밭의 갈대처럼 흔들흔들거리던 2016년 어느 날, 배달의민족 이승희 마케터의 강연을 들으러 갔습니다. 마케팅 스킬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를 갖고요. 그러나 기대와는 좀 다른 강연이었습니다. 마치 배달의민족 구성원들이 어떻게 노는지 보고 온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그 후로 전 배달의민족 직원들의 일상 스토커가 되었습니다. 이승희 마케터는 물론 주변 동료분들의 블로그를 샅샅이 다 봤어요. 정말 잘 노시더라구요. 단순히 노는 게 아니라 그 노는 행위 모든 것이 업무와 연관이 되었어요. 그냥 노는 것과 일의 성장을 위해 노는 것의 차이를 알게 되었달까요?
그 후로 저는 회사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는 '잘 노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어요. 후자가 더 어렵죠.
이번에 읽은 <마케터의 일>이라는 책도 이승희 마케터의 SNS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승희 마케터의 인스타그램, 블로그, 페이스북, 브런치를 보면 배달의민족 안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에요. 또 그 안의 이야기가 이승희 마케터의 이야기이기도 하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배달의민족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저도 모르게 팬이 된거죠. 그런 배달의민족 Chief Brand Officer 장인성 저자분이 쓰신 책이라 하니 믿고 읽을 수 있겠더라구요. 다음은 믿고 읽은 <마케터의 일>에서 뽑아본 핵심 포인트입니다.
'무엇을 했다'보다 '어떻게 한다'를 우선순위에 놓으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조금 다르게 보일 겁니다. 대단한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해도 구경만 하고 있으면 남는 게 없고, 사소한 일이라도 사소하지 않게 하면 위대한 경험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배민찬 택배박스를 포장할 때 테이프 끝을 살짝 접어서 뜯기 편하게 해두는데요. 이런 사소한 일부터 더 나아지게 만드는 사람에게 눈길이 가지 않을까요? -<마케터의 일> 22p
업무 우선순위는 명확하게 나눌 수 있어도 중요도를 명확히 나누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과 회사에서 진행한 이벤트의 당첨자 선물을 포장하는 것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얼핏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물이 제때 예쁘게 포장되어 발송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왜 선물이 제때 오지 않느냐고 컴플레인이 들어올 수도 있고, 그럼 전 컴플레인이 들어왔다는 슬픈 보고를 해야만 할테니까요.
작년 12월에 이벤트 선물을 포장하고 발송하면서, 사진을 몇 장이나 찍었는지 모르겠네요. 보고서 쓸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였던 것 같아요. 이벤트 선물 발송기
우선순위와 중요도는 다릅니다. 회사에서 하는 일 중에 덜 급한 일은 있어도, 덜 중요한 일은 없는 것 같아요. 보통 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에서 더 많은 질문이 쏟아지곤 해요. 예를 들어 회사에서 점심미팅 때 시킬만한 괜찮은 도시락 전문점 정보들 같은 것이요. 저도 꼭 알아두려고 해요.
경험하는 데 돈을 아끼지 맙시다. 돈 쓴 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많이 느끼고 경험을 쌓읍시다. 마케터의 소비는 투자와 같습니다. 좋은 소비는 경험자산으로 남습니다. 경험자산은 일하는 데 밑천이 됩니다. 좋은 토양을 만드는 것과 같아요. 힘 있는 토양을 만들어 놓으면 어떤 씨가 들어와도 튼튼한 싹을 틔워낼 수 있습니다. 할까말까 할 땐 하고 살까말까 할 땐 사세요. -<마케터의 일>, 30p 中
전 짠순이에 속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넉넉한 용돈을 받지 않았고,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제가 알바해서 번 돈으로 샀기 때문에 돈의 소중함을 잘 아는 편인 것 같아요.
20대땐 여행을 가서 아무리 힘들어도 택시를 타지 않고 큰 트럭이 쌩쌩 달리는 도로변을 그냥 걸었어요. 젊을 때 이렇게 걸어보지 언제 걸어보겠냐며 친구들을 겨우 설득했어요. 여행지에서 먹고 싶은 게 있어도 그날 지출이 많았으면 좀 더 저렴한 음식을 찾아 먹었어요. 친구들은 불만이 많았겠죠. 하지만 제가 가진 돈의 대부분 부모님이 주신 돈이었으니 팍팍 써지지가 않더라구요.
짠순이 생활은 남들이 해보지 못한 경험을 만들어줬어요. 택시비를 아까워하지 않았더라면 언제 그런 큰 도로변을 용감하게 걸어보겠어요? 하지만 가끔은 그런 짠순이 생활이 후회가 됩니다. 좀 더 돈을 써볼걸, 하는 후회요. 돈을 안 쓰는 것보단 돈을 쓸 때 새로운 기회를 만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소비는 자신에게 더 잘 맞는 걸 찾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매번 만원짜리 화장품만 사면 10만원 짜리 화장품이 나에게 잘 맞는지 안 맞는지, 왜 10배나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었는지 알 수 없어요. 콘서트에 가보지 않으면 왜 많은 사람들이 1~20만원에 달하는 콘서트에 가서 미친 사람처럼 헤드뱅잉을 하고, 눈물을 흘리고, 열광하는지 알 수 없어요. 매번 국내 여행만 가면 해외 여행의 매력을 알 수 없어요.
써보지 않으면 경험할 수 없고 경험하지 않으면 더 좋은 것을 찾을 수 없어요. 더 좋은 걸 찾는 것이 일인 마케터에게 소비는 필수인 것 같습니다.
마케터의 말은 특별한 면에서 힘이 더 셉니다. 마케터는 많은 경우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을 주도하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단어에 영향을 미칩니다. 또, 말은 공중으로 흩어지지만 광고물로 만들어지고 매체를 타면 영향력이 월등하게 커집니다. 잘못 쓰는 단어의 영향력도 당연히 더 커지죠. 셔벗 제품인 '설레임' 때문에 맞춤법을 헷갈리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잖아요? - <마케터의 일> 54中
저는 글을 많이 다루는 사람이라 그런지 회사에서 사용되는 모든 글이나 커뮤니케이션에 민감한 편입니다. 특히 보도자료를 쓸 때 맞춤법은 물론이고, 애매한 표현은 없는지, 시기적으로 바뀐 내용은 없는지 등을 쥐잡듯이 보고 또 봅니다. 한번 배포되고 나면 절대 수정할 수 없는 것이 보도자료니까요.
특히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의 마케팅을 하면서는 교육적으로 사용되면 안되는 말을 사용하는 건 아닌지에 대해서도 많이 살펴봤습니다. SNS에 쎈 유머를 한번 날려보고 싶은 욕구가 스물스물 기어올라 올 때마다 꾹 눌러담았죠.
대화를 할 때 예민함은 더욱 높아집니다. 무언가를 요청하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말이 무심하게 툭 튀어나와버리면 오해가 생기곤 합니다. 목적어는 빼고 무조건 '해주세요' 라고 말하면 신경이 날카로워집니다. 고민없는 질문, 고민없는 해답이 오갈 때마다 화가 납니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 특히 마케터는 말을 잘 해야 합니다. 글을 잘 써야 합니다. 말을 잘 못하고 글을 잘 못 쓸지언정 더 잘하기 위해 고민해야 합니다. 매일의 숙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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