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브런치 무비패스, 영화 <바이스> 시사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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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이스>는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의 러닝메이트이자 부통령이었던 딕 체니에 대한 실화를 그린다. 역사상 가장 비밀스러운 권력자였으므로 실화에 '가까운'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고. 대통령을 꼭두각시로 앉히고 국회와 사법부의 간섭없이 국방, 외교 등 나라의 중요한 일을 쥐락펴락하게 된 그는 더럽고 추악한 악행으로 미국은 물론 전세계를 흔들어놓는다. 아주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학창시절, 급식실 앞에서 싸움이 일어났다. 누군가 "싸움났다!"라고 외치자 어디선가 아이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싸움이 난 곳에 모인 아이들은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뉘었다. 첫째, 싸우는 자들이다. 급식을 먹으러 가다가 시비가 붙어 싸움이 난 자들이다. 둘째, 싸움을 구경하는 자들이다. 싸우는 자들을 에워싸고 세상 재미난 구경이 났다는 듯 "아무나 이겨라!"하며 싸움을 구경한다. 셋째, 싸움을 중재하는 자들이다. 싸움이 더 심각해지지 않도록 싸우는 자들을 뜯어말린다. 넷째, 멀찍이 서서 관망하는 자들이다. 싸움에 휘말리기 싫어 멀찍이 서서 관망하다가 조용히 자리를 뜬다. 그리고 그들은 선생님께 혼나지 않고 가장 먼저 급식을 먹으러 갔다.
싸움에 관심이 없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시절, 우리에게 '싸움'이라는 자극적인 현상은 굉장한 유혹이었다. 옆 친구와 똑같은 패딩 잠바를 입어야 마음이 놓이던 그때, 친구들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으니까. 보통 두 번째 유형에 속했던 나는, 네 번째 유형의 친구들이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론 낯설게 느껴졌다. 그들은 마치 혼잡한 도시 속 조용한 낚시꾼 같았다.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물고기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조용히 기회를 노리다 미세한 찌의 움직임을 살피고 침착하게 물고기를 낚아올린다. 나는 그런 사람을 존경한다. 벌을 서다 늦은 밥을 먹고 부랴부랴 교실로 올라가 오후 내내 졸음과 사투를 벌이는 나와 달리, 그들은 일찍 밥을 먹고 시험 준비를 하거나 잠시 눈을 붙이며 침착하게 오후 수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었으니 말이다. 영화 속 딕 체니도 그런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그를 존경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탁월한 능력을 오로지 자신의 이익과 악행을 저지르는 데에만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의 악행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지만 가장 심각했던 것은 9.11 테러사건을 이라크 전반으로 확대시키면서 불필요한 전쟁과 대량 살상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조용한 낚시꾼과 음흉한 탐욕가는 한 끗 차이다. 조용한 낚시꾼은 바닷물에 낚싯줄을 던지고, 음흉한 탐욕가는 남이 잡은 물고기통에 낚싯줄을 던진다. 딕 체니는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주문하듯, 손가락 하나로 역사를 뒤흔들었다. 혼잡스러운 싸움판, 그는 뒤에서 기회를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