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써봤니>에서 뽑아본 핵심 포인트
나는 2013년부터 책리뷰 블로그를 시작했다. 기록을 시작하고 나니 기록이 끊기는 것이 싫어서 꾸준히 책을 읽었다. 분량도 점점 더 욕심을 내서 길게 썼다. 그렇게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네이버 블로그에 남긴 책 리뷰가 180건. 책 리뷰 뿐만 아니라 좀 더 분야를 넓혀서 영화 리뷰, 일상, 강연 후기 등의 글도 썼다. 작년까지 나에게 블로그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글이라기보다는 나 자신만을 위한 일기같은 것이었다.
올해부터는 브런치를 시작했다. 브런치에는 글쓰기, 책, 그리고 일에 대해 쓸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지난 블로그와 달리 나 자신만을 위한 글이 아닌 사람들에게 읽히는 글을 쓰려고 한다. 즉 나혼자 기억하기 좋게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하는 마음으로 쓰려고 한다.
MBC 드라마 PD인 김민식 저자는 <뉴논스톱>, <내조의여왕>등 유명 드라마를 연출했지만 노조 집행부 일을 한 후 회사에서 쫓겨나는 불행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불행조차 자신의 블로그에 모두 기록으로 남겼고, 그 블로그를 통해 강연섭외를 받거나 책 출판 제의를 받는 등 제2의, 제3의 수입을 만들게 된다. 블로그는 그에게 돈 한푼 들지 않는 최고의 생존 전략이었던 것이다.
일보다 놀이를 더 잘하고 싶어요. 일보다 노는 걸 더 열심히 한다? 언뜻 철없는 소리처럼 들리지만, 앞으로는 이것이 최고의 생존 전략이 될 것입니다.
내 친구는 정시에 땡 하고 퇴근할 수 있는 직장에 취직하는 것이 목표였다. 일 안에서는 절대 행복을 찾을 수 없다며 일 밖에서 행복을 찾겠다는 것이었다. 한참 신입사원으로서 열정을 불사지르던 나는 친구의 그런 태도가 잘 이해되지 않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직업 안에도 재미가 있고, 행복이 있다. 나는 한동안 평일/주말 구분없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일을 배우고, 잘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것이 진심으로 즐거웠다. 하지만 어느 순간 지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 한다고해서 알아주는 이 하나 없다는 것을 알고나니 조금 허무함도 느껴졌다. 공과 사, 일과 놀이를 명확히 구분지어야했다.
이제 주말이면 노트북을 켜고 브런치에 글부터 쓴다. 회사 업무 파일을 열어본다는 둥 옆길로 새는 일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은 나에게 창작 활동이자, 취미이자, 놀이다. 이 놀이를 더 열심히, 일보다도 더 열심히 해서 나라는 사람이 글 좀 쓰고, 가치있는 생각을 하고, 의미있는 일을 하는 사람임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기를 바란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나를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가까운 미래에 그렇게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글을 발행하고 있다.
이제는 자신이 직접 재미난 걸 만들어야 합니다. 긴 시간 놀아야 할 때는 수동적 감상 행위보다 능동적 창작 행위가 더 즐겁습니다. 능동적 창작을 통해서 우리는 성장할 수 있어요.
나는 책을 읽는 독자이기도 했고, 책을 만든 편집자이기도 했고, 책을 쓴 작가이기도 했다. 셋중에 어떤 것이 가장 재미있냐고 묻는다면 단연 책을 쓰는 것이다.
세상엔 좋은 책이 너무나 많다. 독자로서 좋은 책들을 탐독하거나 편집자로서 좋은 책을 쓰는 작가와 함께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지만 내가 만든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는 만큼의 기쁨은 아니었다. 책 표지에 내 이름이 적힌 만큼의 설렘은 아니었다. 내 글을 읽은 독자의 감상을 듣는 것만큼의 재미는 아니었다.
좋은 글을 쓰려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좋은 글을 읽어야 한다. 능동적 창작행위 1을 하기 위해 수동적 감상 행위 10을 해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지만, 우리는 1을 위해 기꺼이 10을 해내야만 한다. 한 번 1을 해본 사람은 10을 크게 어려워하지 않는다. 1로서 자신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를 알기 때문이다.
인터넷 복제의 시대, 블로그는 가장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분신술 도구입니다. 나의 생각, 나의 꿈, 나의 일을 블로그를 통해 전시하세요. 바쁜 사람일수록 블로그를 해야 합니다. 나의 글이 나를 대신해 나의 가치를 전파할 테니까요.
지금 내가 남기는 이 글이 발행되고 나면 나와 알지 못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 의해 읽힐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이 어떤 연유로 이 글을 읽으시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글을 읽는 분은 유수진이라는 사람의 생각을 읽게 된 것이다. 내가 내 글을 들고 다니면서 보여주고 다니지 않아도, 누군가 필요에 의해 내 글을 읽게 되는 것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주길 바란다면, 이 글로 꿈을 펼치기를 바란다면, 더 많은 글을 생산해내야 한다. 바빠서, 피곤해서, 시간이 없어서 글을 못 쓴다면 더더욱 더 많이 써야 한다. 그래야 내가 덜 움직여도 더 많은 사람들이 유수진의 글을 읽게 될 테니까. 잠이 많은 내가, 내일 출근해야 하는 내가, 일찍 잠드는 걸 포기하고 늦은 시간까지 이 글을 쓰는 이유, 나에게 글과 브런치는 언젠가 세상이 나에게 일을 주지 않아도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노동할 수 있는 최고의 생존 전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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