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 쓰기]
작가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프로필 쓰기]
방송국으로부터 유수진씨를 찾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나는 유수진이 맞지만 방송국에서 찾는 유수진은 '부자언니'로 유명한 유수진씨였어요. 방송국에서 어찌하여 강남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평범한 회사원 유수진에게 전화를 거셨는진 모르겠지만 우린 둘다 서로 당황스러웠어요.
"자산관리전문가 유수진씨 아니세요...?"
"아닌데요. (전 어제도 적금을 깨부수고 탕진잼을 즐기고 있는 유수진입니다만...) 그나저나 제 전화번호는 어떻게 아셨..."
"죄송합니다! (황급히 사라짐)"
저는 부자언니 유수진은 아닙니다. 우스갯소리로 '가난한 유수진'이라고 장난을 치기도 하죠. 어쨌든 부자언니 유수진씨가 참 부러워요. 사람들은 '유수진'이라고 하면 '부자언니'를 떠올리고 '부자언니'라고 하면 '유수진'을 떠올리잖아요. 유수진인 나조차도요.
작가에겐 프로필이 필요해요.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프로필이요. 나름 글쓰는 사람인데 기억에도 남지 않을 프로필을 쓸 순 없잖아요. 나는 2013년에 처음으로 내가 쓴 동화책에 들어갈 프로필을 썼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문학에 매료되어...' 어쩌고저쩌고 썼는데 따분하고 재미없어서 더는 밝히지 못하겠네요.
그렇다고 지금 내 프로필이 훌륭하게 바뀌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에요. 보도자료보다 나를 소개하는 글이 더 쓰기 힘들거든요. 서점에 가서 새로 나온 책들을 뒤적뒤적거릴 때 제일 먼저 보는 부분도 바로 작가 프로필이에요. 이 작가님은 어떻게 자기를 소개하셨나, 하고 보면 박수가 절로 나와요. 어떻게 자기를 이렇게 복잡 명료하고 센스 적절하게 적으셨을까, 훔칠 수 있다면 훔치고 싶어요.
부끄럽지만 나는 아직 마음에 드는 프로필이 없습니다. 하지만 작가로 살려면 나만의 프로필이 꼭 필요해요. 작가라면 내가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이고, 왜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고, 앞으로 어떤 글을 쓰려는 사람인지 쓸 수 있어야 해요. 그러니까 프로필은 고정값이 아닌 거예요. 나라는 사람은 매일 조금씩 바뀌어갈 테니까 프로필도 계속해서 업데이트 해야죠.
강원국 작가님께 사인을 받았는데 '김대중처럼 노무현같이 유수진답게' 라고 적어주셨어요. 프로필은 아니지만 작가님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죠. 나도 그만큼의 프로필을 적으려면 며칠 밤은 고생해야겠네요. 아무튼 나는 부자언니 유수진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