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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Jan 09. 2019

이영자의 표현이 맛깔나는 이유

[경험하고 상상하기]


작가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경험하고 상상하기]


개그맨 이영자씨의 풍부한 맛 표현을 들으면 부엌을 뒤적이게 됩니다. 아주 고~~~소하고, 달~~~콤한 음식이 먹고 싶은 충동이 생기거든요.


즐겨 듣는 팟캐스트, 김숙&송은이의 <비밀보장> 191회에서 이영자씨와 전화연결을 했습니다. 이영자씨와의 대화는 어김없이 음식 이야기로 흘러 갔는데요. 그녀의 맛 표현은 어릴 적 저녁 식사를 기다리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고 해요. 일하느라 바쁘신 엄마는 어린 영자에게 저녁 한 끼 밖에 챙겨주지 못하셨는데, 영자는 엄마를 기다리면서 혼자 상상한 거예요. 저녁에 도루묵을 먹을 텐데 찌개에 넣어서 끓이면 크~ 얼마나 맛있을까? 하고요. 또, 뿌리가 깊이 박힌 알이 꽉찬 고구마를 캔 적이 있는데 고구마가 뽑힐락 말락 하면서 밀당을 했다는 거예요. 듣고 있던 김숙씨가 말했어요. 영자 언니의 표현은 참 풍부하다고. 그러자 이영자씨가 말해요.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잘 표현할 수 있는 거라고.


글을 쓰다보면 표현력의 한계를 느낄 때가 있습니다. 핵펀치를 날리고 싶은데 솜펀치도 날리질 못하는거죠. 이럴 땐 딱 두 가지가 필요해요. 저녁밥을 기다리던 어린 영자의 상상력과 고구마를 먹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고구마를 캐는 실제 경험이요. 상상보다는 실제 경험이 먼저예요. 실제 경험이 쌓여야 비슷한 경험을 상상할 수 있거든요. 간혹 얕은 경험으로 머나먼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글을 보면 뜬구름을 잡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아요. 우러나지 않은 허여멀건 사골국 같다고나 할까요. 독자의 입맛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거든요. 깊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맛은 확실히 다르죠.


그 다음이 상상력이에요. 작가에게 시간과 체력과 돈은 한정되어 있지만 무한대의 표현력이 필요하잖아요. 그럴 땐 최대한 간접적으로 상상해보는 거예요. 가령 소설을 쓰던 대학생 시절, 불법적으로 돈을 버는 여성을 그린 적이 있어요. 무슨 자신감으로 그 인물을 그려내겠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비슷한 인물이 등장하는 책을 읽거나 영화를 찾아봤어요. 지금 내 소설을 다시 읽으면 뜬구름 잡는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당시엔 나름 인물의 목소리 톤, 향기, 결을 표현하고 싶어 상상력을 쥐어짜냈던 것 같아요.


"옆으로 드세요. 갈비처럼. 으응~ 이거지. 인생 뭐 있냐, 감동이지? 이거지~ 오오오오! 소리질러!" 이게 무슨 소리냐면, 이영자씨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떡소떡’이라는 음식을 표현한 말이에요. 이후 전국민이 소떡소떡에 열광했고, 소떡소떡은 2018년 브랜드만족도 1위까지 수상했습니다. 웬만큼 소떡소떡을 먹어보지 않고서야 이렇게 맛깔나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아직 소떡소떡을 먹어보지 않은 나는 그녀의 표현력을 손톱만큼도 따라갈 수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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