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생각해, 텔레토비처럼

[단순하게 생각하기]

by 유수진

작가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단순하게 생각하기]


어렸을 적 나에게 텔레토비는, 귀엽지만 재미없는 애들이었습니다. "또오~ 또오~"하며 하루종일 단순한 행동을 반복하는 애들이거든요. 그게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뒤로 발라당 넘어지면서 깔깔깔 웃는데, 그 모습을 보던 나도 모르게 피식, 같이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른이 되어 우연히 다시 텔레토비를 봤습니다. 여전히 단순 반복의 끝을 내달리지만, 이 친구들의 반복적인 행동이 이제는 재미없다기보다는 명료하게 느껴졌어요.


제일 작은 친구, 뽀에게 신기한 분무기가 생긴 에피소드였는데요. 뽀가 나나의 애장템인 공에 물을 뿌리자 공이 나나를 가릴 만큼 훌쩍 커졌습니다. 그리고 보라돌이의 빨간 가방에도 물을 뿌리자 가방이 보라돌이의 키만큼 훌쩍 커졌죠. 마지막으로 뚜비의 모자에 물을 뿌렸는데, 어떻게 됐을까요? 예상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을 거예요.



요즘 단순한 것은 미련하고 뒤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오직 전화의 용도로만 사용되던 휴대폰은 이제, 휴대폰 하나만 들고도 살 수 있을 만큼 다양한 기능을 갖추었고, 한 가지 일만 할 줄 알아서는 경력을 이어가기 어려운 시대가 됐어요. 듀얼 모니터로 두 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해내며 극도의 효율을 발휘해야죠.


예측 불가능한 세상 속에서 마음이 번잡스러워질 때면 나는 글을 씁니다. 글을 쓸 땐, 내가 하고 싶은 단 하나의 이야기만 있으면 되거든요. 복잡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글의 진도가 안 나가요. 사실 복잡하게 생각한다고 해서 대하 드라마 같은 어마어마한 글이 나오는 건 아니거든요. 100부작이 넘는 드라마라도 결국 핵심은 단순하잖아요. '그는 대업을 이루었다'


뜨거운 여름날 내 몸의 온도도 올라가듯이, 복잡한 세상 속에 있으면 나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글을 쓸 때만큼은 뜨거운 머릿속과 마음속을 식혀내야 합니다. 어떻게요? 단순하게 생각하는 거예요, 꼬꼬마 동산의 텔레토비 친구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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