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붙잡을 손잡이가 필요하다

[붙잡기]

by 유수진

작가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붙잡기]



언니가 사주를 같이 보러갈 거냐고 물었습니다. 싫다고 대답했더니, 언니의 말이 의외였습니다.

"좋겠다, 강인해서"


나는 강인하지 않습니다. 요즘엔 특히 마음이 흔들립니다. 아니, 요동치고 휩쓸려 끝내 떠내려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월미도 디스코 팡팡 위에서 곱게 글씨를 쓰려는 것처럼 고단하고 힘이 듭니다.


자꾸만 기억 저 편에 파묻힌 옛 친구들이 꿈에 나타납니다. 20년 만에 만난 친구들의 얼굴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은 우리가 또 언제 이렇게 모이겠냐며 사진이라도 한 장 찍자고 떠들썩합니다, 사진을 찍으려 포즈를 취하는 나에게 믿음직했던 친구 한 명이 다가옵니다. 귓속말을 하려는 듯 내 귓가에 입술을 가까이 대고 말합니다.


"지금 넌 잘못된 길로 가고 있어"

나는 번뜩 놀라,

"그렇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하고는 꿈에서 깼습니다.


언니는 불안을 잠재우는 수단으로 사주를 선택했습니다. 내가 언니와 같이 사주를 보러가지 않는 이유는 지금 내가 극도로 불안하고 나약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극도로 불안할 때는 오히려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눈에는 몇 겹의 벽을 쌓은 고집불통처럼 보일 수있지만 사실 너무도 약하고 약해서, 사람들의 말에 쉽게 깨져버릴까봐 숨는 것입니다.


버스를 타고 퇴근하다가 내부에 설치된 TV로 영상 하나를 보았습니다. 버스와 관련된 안전 주의 사항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이었어요. 버스에 탄 어떤 사람이 손잡이를 잡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정차하니 발라당 넘어집니다. 그 다음 '손잡이를 꼭 잡으세요'라는 문구가 나오면서 안전에 주의하기를 권고합니다. 시간 때우기에 그만인 그 영상을 보다가 알았어요. 지금 나에겐 손잡이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인하지 않은 나에게도 붙잡을 손잡이가 필요합니다. 그 손잡이는 아시겠지만, 글입니다. 마음이 흔들거릴 땐 오늘처럼 글을 붙잡습니다. 누군가는 연인의 손을, 누군가는 자신의 역량을 높일 새로운 프로젝트를 붙잡을 거예요. 그래요, 그게 무엇이 되었든흔들릴 땐 손잡이를 잡으세요. 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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